北도 알뜰구매 인기…“화장지 살 때도 대량구매”

진행 : 최근 한국에서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 지면서 알뜰 소비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북한에서도 이와 유사한 소비 문화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최근 한국 경제성장 지표가 상향 조정됐는데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나 봅니다. 텔레비전도 연일 주민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더군요. 또한 최근엔 화장지 알뜰구매를 하는 주부들을 소개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그 영상을 보면서 최근 북한 주민이 장마당에서 화장지 구매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니까 남이건 북이건 주부들의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은 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화장지에 대한 취재를 하기 시작했었답니다. 한국에선 화장지가 대부분 질이 좋다는 인식에 따라 화장지 구매에서 질보다도 가격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에 대한 고민으로 실상을 알아보고 싶어진 겁니다.

진행 : 원래 북한 시장에서는 중국산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북한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화장지도 마찬가지인가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장지들은 북한산과 중국산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산 화장지는 기본적으로 외겹과 두겹 짜리가 있는 반면, 중국산은 보통 두겹 짜리가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산이 북한산보다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 어떤 화장지를 구매하는가에 따라 생활수준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 주부들은 일부러 비싼 화장지를 사가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설명입니다. 또한 장사꾼들은 부유층으로 보이는 주민이 매대 주변을 지날 때 목소리를 높여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중국산이 조금 더 비싸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요?

기자 : 네, 함경북도 길주군 남대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북한산 화장지 한 롤에 외겹짜리는 400원에 팔린다고 하구요, 두 겹은 9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산 화장지 한 롤은 157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구요, 양강도 혜산 시장과 연봉 시장에서는 북한산 화장지 외겹짜리는 500원, 두 겹은 1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중국산 화장지는 1500원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함경북도 지역은 길주군 팔프(펄프) 공장 생필 직장에서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산은 국경지역보다 조금 싸고요, 대신 중국산은 국경지역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 : 가격을 들어보면 화장지가 그렇게 비싼 제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구입을 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진다는 건가요?

기자 : 네. 당국의 배급이 없는 악조건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주민들은 그렇게 강인한 생활력을 갖게 됐답니다. 일단 주민들은 북한 시장에서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하려고 인간관계를 구축해 놓습니다. 북한 장사꾼들도 고정으로 관리하는 고객들이 있거든요, 일명 단골손님 관리입니다. 이렇게 서로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잘 형성해 놓으면 싸게 팔거나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겁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어떤 걸 구매하는가도 자세히 따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적게 구매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는 게 싸다고 인식하고 있고, 그렇게 실천하는 주민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한 주민은 동네의 어르신들이나 아파서 장마당에 나가지 못하는 주민들의 부탁을 받아 화장지를 한 번에 많이 샀더니 예전보다 훨씬 싸게 구매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한 푼이라도 싸게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 : 한국에서는 ‘화장지’가 새집들이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그런 문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저는 한국정착 초기에 집에 올 때, 지인들과 이웃 주민들, 그리고 친구들이 화장지와 세제를 가져오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보통 라이터나 성냥, 혹은 줄당콩을 선물로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왜 화장지를 사오지’라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설명을 듣고서 “아, 그래서 화장지 포장에 ‘잘 풀리는 집’ 이렇게 썼구나”라고 이해를 했답니다. 저는 한국정착 후 두 번 집들이를 했었는데요, 지인들과 친구들로부터 집들이 때 받은 화장지들이 많아서 정착 7년 동안 화장지를 단 한 번도 구매해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친구가 얼마 전 ‘한국 화장지는 가격이 얼마냐’라고 묻더라고요, “새집들이 때 받은 걸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서 가격을 모르겠다” 했더니, 그 친구가 “우리(북한)도 그런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 주민들도 이런 문화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진행 :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북한 주민들도 ‘화장지’라고 하나요?

기자 : 한국에서는 화장실, 화장지 이렇게 불리잖아요? 북한에서는 위생실, 위생지, 혹은 위생종이로 말한답니다. 제가 화장지 가격을 물어보는데 북한 주민이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처음엔 화장지라는 말을 듣고 “장례와 관련한 종이인가”라고 물어보기도 했답니다. 제가 다시 위생종이라고 하니까 금방 알아듣지 뭐예요, 남북한 언어차이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의 물가동향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250원, 신의주 5305원, 혜산 513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000원, 신의주 2010원, 혜산은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10원, 신의주는 8000원, 혜산 807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60원, 신의주 1190원, 혜산은 119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500원, 신의주는 14000원, 혜산 15000원이구요, 휘발유 1kg당 평양 12750원, 신의주 12160원, 혜산에서는 117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9980원, 신의주 10150원, 혜산은 1013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