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한반도로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이제 막 호주와 연합훈련을 마치고 동해 방향으로 항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생일(4·15) 등을 계기로 한 북한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주에 정작 칼빈슨호는 한반도에서 남서쪽으로 4830㎞ 이상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앞서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호주에서 이동하려던 계획을 바꿔 서태평양으로 전개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다수 언론에서는 미국이 북핵 위협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칼빈슨호의 항해 경로가 잘못 알려졌던 것과 관련, AFP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칼빈슨호가 최근까지도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었다”면서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에 동해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도 이날 기존에 보도됐던 해군 사진을 근거로 들며, 칼빈슨호가 8일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1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 순다해협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주까지도 칼빈슨호는 인도양 해상에서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칼빈슨호 항로에 관한 오보가 미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간의 의사소통 혼선에 의한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백악관이나 국방부가 칼빈슨호 항로에 관한 오보가 일파만파 퍼져감에도 불구, 공식적인 정정 발표 없이 칼빈슨호 전개 의도 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태평양 전개가 예측됐던 니미츠호(CVN 68) 역시 곧 중동 지역으로 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비 타임스’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니미츠호가 현재 미국 본토 인근 태평양에서 임무 수행 전 단계인 ‘임부배치전훈련(COMPTUEX·Composite Training Unit Exercise)’을 수행 중이지만 곧 중동으로 기수를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니미츠호의 한반도 전개 소식은 지난 15일 대만 중앙통신이 일본 언론매체를 인용해 보도하며 퍼져나갔다. 당시 중앙통신은 미국 해군 관계자를 인용,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거점을 둔 미국 제7함대가 칼빈슨호 외에도 니미츠호 항모까지 태평양에서부터 이동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고강도 대북 경고를 내놓았던 것과 달리, 대북정책에서 군사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이 불거지는 등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정작 미 행정부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중국을 대북지렛대로 삼은 대북 압박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도 지난 16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한국과 같은 우리의 역내 핵심 동맹국, 그리고 중국 지도부는 지금이야말로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할 때라는 데 진실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