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을 김정은 조련(調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5년 8월 20일 북한 김정은의 전쟁협박 놀이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8월 22일 오후 5시까지 한국군의 대북확성기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전쟁상태로 돌입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있다. 물론 북한이 전쟁상태를 선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무력도발, 국지전, 전면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2013년 3월 6일 김정은 휴전협정을 무효화하고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을 선포하였기에, 북한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은 북한과 ‘이미’ 전쟁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전쟁선포의 결과는 이를 진심으로 믿고, ‘조국해방전선’의 적지에서 사보타주와 테러행동을 계획한 이석기의 구속과 통합진보당의 해산이었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그 당시에도 김정은은 쟁반모양의 갈색 모자를 쓴 장성들을 데리고 심야 회의에서 전쟁준비 돌입을 명령하였고, 그 사진을 외부에 퍼뜨렸다. 그 당시에도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기간이었고 이점을 핑계로 삼았다. 그 당시에도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언론은 “김정은이 직접 회의에서 지시하고, 북한매체에서 이를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실제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당시에도 “김정은에게 군사놀이를 시키고 뒤에서 흐뭇하게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정찰총국장 김영철과 같은 군부 강경파들”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 당시처럼 김정은이 휴전선이나 해안가 초소 혹은 서해 5도가 보이는 작은 섬에서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시오”라고 말하고, 이를 조선중앙TV가 보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2년 반 전 김정은의 전쟁협박은 외국기자들에게는 큰 관심이었으나, 한국 국민은 너무나 태평스럽게,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흘려 보냈다. 그리고 실제로 김정은의 전쟁놀이는 농번기철이 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지금 당시 상황이 어떻게 종결되었는지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을까? 사실은 이렇다: 김정은은 5월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나왔고, 통진당 대표 이정희가 박수를 쳤다.

8월 20일 김정은이 김양건의 이름으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 전쟁협박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긴장이 크면 그 이후에 평화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커지는 법이다. 김정은은 북한식 채찍과 당근 정책으로 한국을 길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의 좌파는 ‘조건 없는 회담’을 제의해야 한다고 역성들고 있다.

참으로 김정은에게는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전쟁협박과 전쟁상태 돌입을 선포하면, 한국정부와 군은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언론 역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럴 때면 한국의 좌파는 북한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하고 나서고, 조금 지나면 이런 사태의 원인은 우파 정권의 대북강경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친북과 종북들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만이 불안한 휴전상태에 있는 남북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들고 나온다. 게다가 이번에는 군의 대응작전에 대해서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반말지꺼리로 욕을 하고 나서니, 어찌 김정은이 이런 전쟁협박을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정은은 이번 전쟁협박을 위해 나름대로 잔머리를 썼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하여 한국군이 어떻게든 대응을 할 것이고, 이 대응을 한국의 도발 내지는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떠들면서 여기에 낮은 수준의 도발을 추가하면, 가뜩이나 ‘늦장 대응, 저강도 대응’이라며 여당 대표와 언론의 욕을 먹고 있는 한국군이 북한에 강하게 대응할 경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김양건의 대남 통지문, 정찰총국장 김영철 기자회견 등이 미리 계획된 것이라는 청와대의 판단은 전적으로 옳다. 살펴보면 북한의 전쟁협박의 시나리오에는 아무런 새로운 상상력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김정은과 그의 수하들의 조폭적 사고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번에도 한국은 김정은이 제 발등을 도끼로 찍는 결과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민구 국방장관의 말처럼, ‘무력도발의 악순환을 끊는다’는 심정으로 김정은이 결코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해의 북한 잠수함 기지, 공군기지, 지휘사령부를 파괴하고, 수도권에 대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강화, 파주, 연천 이북과 옹진반도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한국군의 대응 방법과 내용, 시기에 대하여 북한이 알 수 없도록, 정부와 군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불필요한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 정치가들도 지금처럼 이번 사태에 숟가락을 얹어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미련한 생각을 접어야 한다.

그러면 북한 정권은 반드시 한국에 대화를 제의할 수밖에 없고, 한국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전체주의 정권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폭력과 협박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과 문명인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김정은에게 문명의 의미를 교육해야 한다. 쉽게 말해, 김정은의 도발을 김정은 조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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