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영어 및 중국어 교재의 가격이 비싸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교재를 빌리거나 공동으로 구매해 베끼는 필사(筆寫)를 통해 어학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북한 당국이 원래 대학생들에게 교재를 제공해 줘야 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해 개별 대학생들이 교재를 시장 등에서 구입해야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학생 중에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도 교재가 없어 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꽤 있다”면서 “대학생들이 학습을 하려는 욕구는 높으나 실제로 배우는 데 필요한 교과서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대학생들이 돈을 모아 비싼 교과서 하나를 구입해 자필로 베껴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부하는 시간보다 교과서를 만드는 시간이 더 많다’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면서 “일부 부모들은 ‘교재 베끼기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안 된다’며 대학 측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반 대학들보다 외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들은 시장에서도 교재를 구하기 어렵고 빌려 볼 곳도 없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외국어로 된 교재를 통째로 베끼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비돼 일부 대학생들은 성적미달을 교재부족으로 돌리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외국어를 배우는 대학생들의 경우 ‘교과서를 그대로 베껴서 공부하는 것도 정도(한계)가 있다’며 ‘교과서가 없이 공부한다는 것은 맹인에게 글을 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어 교재가 많이 부족하다보니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부르는 값대로 줘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시장에 교재 파는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나가도 사기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팔린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대학 영어나 중국어 교재는 국정가격이 42전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은 보통 6000원에서 만원 가까이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교재가 시장에 별로 없다보니 비싸게는 2,3만원 하는 경우도 있어 교재를 구입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소식통은 “외국어를 장려하라는 당의 방침으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외국어 과목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에 맞게 교재생산도 늘려야 하지만 생산도 늘리지 않고 대부분 과거 교재를 활용하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교육당국은 ‘우리당의 교육정책의 우월성, (김정은) 후대사랑’만을 선전하는 데만 급급하고 교재생산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