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학생, 교수에 뇌물 주고 뒷돈 챙기는 직업 꾀한다”

진행 : 북한 김정은이 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사회 곳곳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습니다. 특히 나라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이런 부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데요. 오늘은 설송아 기자와 함께 북한의 교육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 학생들은 어렸을 적부터 학교에서 이런 부패 문제를 직접 목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7월 중순 경부터 전국 대학교에서 기말시험이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7월과 12월이면 기말시험 열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학점평가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교수진과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증폭되고,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얼마 전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기말점수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소식 전해드린 바 있죠. 대학에서까지 부정 평가제가 시행된다니 놀랍습니다.

기자 : 네. 교수들의 부정과 비리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여기서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교수 평균 월급이 4천 원 정도입니다. 이는 시장에서 쌀 1키로(kg)도 구입할 수 없는 돈인데요. 월급으로는 죽물도 먹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배급을 옥수수로 받은 교수들은 그걸 먹고는 허기증으로 강의를 못할 것입니다. 때문에 교수들은 솔직히 기말시험을 기다립니다. 학생들이 알아서 뇌물을 주기 때문인데요. 교육제도의 병폐는 이미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진행 : 알아서 뇌물을 준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기말시험이 되면 교수들을 위해 소대별(학급) 모금을 진행합니다. 이는 학급 평균 점수에 따른 뇌물 각출 작업입니다. 다시 말해 혁명역사 과목을 채점하는 교수에게 소대장이 현금을 드리면 그 학급은 평균 점수가 올라가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 원래 시험성적이 3점, 4점이라면 교수는 4점, 5점으로 올려줍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의학대학에서 최근 기말시험 관련해 한 개 소대가 한 과목당 10만 원을 모아 해당 교수에게 드렸다”며 “혁명 1, 2, 3과목(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과 전공과목 교수마다 10만 원씩, 총 60만 원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개 학급에 30명이라고 치면, 한 학생이 적어도 2만 원 현금을 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진행 : 교수가 뇌물을 받고 점수를 올려주고, 학생들도 집단적으로 공공연히 기말점수 비리금을 모금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기자 : 집단적인 모금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평균 점수를 올린다고 해도 개인별 점수 차이는 있고, 이에 따라 변별력은 가능할 수는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서도 비리가 발생하곤 합니다. 바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대학 교무부에 다시 뇌물을 주는 건데요. 결국 날밤을 새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점수가 똑같이 나오는 겁니다.

혁명역사는 졸졸 외우면 된다 쳐도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통계, 부기(회계), 금융 과목은 학생 실력이 점수에 반영되거든요.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기말점수가 나올 수 없는데요.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교수에게 뇌물을 주면서 기말점수를 올리는 겁니다.

진행 : 교육은 그 나라의 미래인데 정당한 학업실력이 돈에 밀리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쯤 되면 ‘대학을 왜 나와야 되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 한데요? 

기자 : 그렇습니다. 평안북도에서 교원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대학생은 며칠 전 “우리 동무들 보면 대학에 다니는 것 자체가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며 “일 년에 천 달러 정도 계산하면 대학 졸업 비용이 3, 4천 달러 들어간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이런 학비를 보충해 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게 됩니다. 바로 기술과 법에 관련된 전공인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검사라고 합니다. 그들은 마약과 불순 녹화물 단속에 달러 뇌물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법 계통이지만 변호사는 허울뿐이어서 누구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행 : 학생 때 뇌물을 바치고 자신이 권력을 잡고 난 후 그걸 보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니 정말 암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학생이 돈이 많은 건 아닐 텐데요, 어떤 식으로 충당하는 건가요?

기자 : 여기서 대학생의 알바가 등장하는 겁니다. 대학생들이 가정교사를 하면서 학비를 충당하고 있는 건데요. 간부·돈주(신흥부유층)일수록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외국어를 필수로 강조하는데요. 북한의 붕괴, 또는 개혁·개방할 때를 준비하는 겁니다. 대학생들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실태를 잠시 설명드리자면요. 평안북도의 한 대학생은 두 명의 고급중학교 학생과 한 명의 대학생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월(月)에 총 60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진행 : 대학생들이 가정교사를 하는 것은 당국에서 통제하지 않는가요?

기자 : 크게 걸고넘어지지 않지만, 내놓고 하진 못합니다. 일단 대학생들은 수업 외에도 동상이나 아파트 건설 등 노력동원이 많은데요. 오후작업에 빠지기 위해 우선 소대장한테 담배라도 뇌물을 줘야 알바를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건설작업에 도급제(都給制)가 부과될 경우에는 가난한 제대군인 남대학생에게 돈을 줘서 대신 일하게 하는 현상도 보편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 : 공부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강제적으로 사회동원까지 해야 되는군요. 이렇게 암울한 시대에 북한 대학생들은 어떻게 견뎌나가고 있는가요?

기자 : 그마나 한국 영화가 위안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기말시험 기간에도 대학생들은 한국영화를 열광적으로 시청하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에는 핸드폰 블루투스로 영화·드라마를 주고받기 때문에 시청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대학 내에서는 핸드폰을 공공연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한다고 합니다.

대학에 청년동맹위원회가 있는데요. 대학 내에서 전화하다가 걸리면 ‘학생 오시오, 전화기 봅시다’고 하면 즉시 보여줘야 합니다. 핸드폰 단속 시 유심카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요. 핸드폰에 있는 모든 통보문(문자)이 문제가 됩니다. 

‘있을 꺼야’, ‘이랬어’ 등 문자가 나오면 한국말 사용했다고 대학위원회에 끌려간다고 합니다. 비판서 쓰고 사상검토 후 한국식 말투를 어떤 형식으로든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오는 거죠. 그러나 한국 드라마를 여러 명이 시청하다 발각되면 문제가 다릅니다.

몇 달 전 평안북도 대학에서 핸드폰으로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던 대학생 4명이 단속되었는데요. 부모들이 권력 있어서 퇴학은 면했고 혁명화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혁명화는 학업을 중지당하고 대학 부업지(副業地), 건설장에서 일정기간 일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진행 :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할 대학에서 이런 감시 체계가 이뤄지고 있다니 좀 충격적입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