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앙대학들이 최근 유사시 김정일-김정은의 결정에 따라 자원입대하겠다는 내용의 대학생 ‘충성의 결의모임’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2일 “지난 27일 청진광산금속대학에서 대학 초급당위원회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지도 아래 전교생과 교원들이 참여하는 ‘충성의 결의모임’이 열렸다”면서 “이자리에서 ‘미제 및 남조선과 전시상황에 돌입하게 되면 장군님(김정일)과 청년대장(김정은) 동지의 영도따라 전원 전선(戰線)으로 달려가겠다’는 결의문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청진광산금속대학 뿐 아니라 평양 및 다른 지역의 중앙대학들에서도 26일부터 각각 ‘충성의 결의모임’을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진광산금속대학의 결의모임은 교내 초급당위원회에서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학 김영송 학장은 ‘보고’에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제와 남조선 괴뢰의 도발이 갈수록 도를 넘어 마침내 우리 영해에 대한 선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위대한 우리 조선인민군 무력은 적들이 다시는 우리 영해를 넘볼 수 없도록 강력한 불벼락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제와 남조선괴뢰가 조선반도를 전면전쟁 발발의 첨예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해 연합훈련과 같은 악의적인 책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 대학생들은 장군님과 청년대장 동지의 영도따라 교복을 군복으로, 펜을 총으로 바꿔 침략자들을 소멸하고 조국통일성업을 이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의 보고 이후 교직원, 학생연대장의 토론발표가 이어졌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 대학생들의 결의발표가 이어졌다.
한국 대학의 총학생회장 격인 학생연대장은 ‘토론’에서 “우리는 장군님의 탁월한 군사영도력을 그대로 물려받으신 청년대장 동지를 따라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혁명적 학습과 조직생활을 담보하고, 장군님과 청년대장동지가 명령만 내리면 일격에 전선에 탄원(입대 지원)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및 한미연합훈련과 관련, 일단 북한이 내부에서 반미반남(反美反南) 선전용 정치행사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은 다양하게 제기돼 왔지만, 첫 순서를 중앙대학들에 맡긴 것은 의외의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이 단순한 대남비난 내부여론 형성 뿐 아니라 이를 김정은 후계에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북한의 중앙대학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부에서 직접 당적 지도를 담당하며 내각 교육성에서 행정분야를 직할할 정도로 북한정권이 애지중지하는 ‘엘리트 양성소’다.
평양내 중앙대학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평양건설건재대학, 평양철도대학, 장철구대학 등이 있으며, 지방에서는 사리원지질대학, 함흥약학대학 등이 중앙대학으로 꼽힌다. 중앙대학 졸업생들의 경우 내각 ‘간부과’에서 직장배치를 직접 승인할 만큼 그들에 대한 국가적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연평도 공격과 관련, 청년 핵심계층의 내부단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침략을 획책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김정은을 이런 긴장상황을 타계할 ‘구원투수’로 내세움으로써, 김정은의 나이 및 경력에 대한 청년 엘리트층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내부 논리상 김정은의 핵심 지지층으로 성장해 나가야할 대학생 계층이 오히려 노동자 농민계층 보다 더 남한발 한류(韓流)와 외국사조에 쉽게 물들면서 ‘후계작업 공고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북한의 노 세대들은 만경대 가문의 후계 승계를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와 대학생들은 ‘우리와 별 차이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어려운 때에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가겠느냐’는 말을 거침없이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대학생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라서 이런 모임을 마치고 돌아서면 코웃음 친다”면서 “어릴적 부터 남조선 영화나 보고, 부모로부터 제 먹고 살 궁리나 배우던 아이들에게 이런 국가적 호소가 통할리 있겠냐”고 반문했다.
소식통은 또 “일단 대학생들부터 (분위기를) 잡고, 조만간 노동자 농민들까지 동원하는 궐기모임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김정은 후계작업이 대남 대결국면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지난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공식 등장한 김정은은 북한군 ‘대장’ 계급에 노동당 당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금까지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를 ‘선군정치의 계승자’로 공식화 해왔다.
김정은이 김정일 셋째 여인의 둘째 아들이며, 이제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한 김정일의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내부경제 악화라는 부담까지 떠 맡아야 할 김정은의 입장에서 사실상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는 ‘강력한 군 지도자’ 밖에 없다는 상황인식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향후 김정은 후계 성공을 위해 북한이 대남도발의 수위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