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의원 선거, 궁금증 풀어줄까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8일 실시되는 북한의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선출되는 대의원 687명(11기 기준)은 우리의 국회의원 격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노동자와 농민 등도 대거 노동당의 지명을 받아 단독 출마.당선되는 제도로 실권을 갖기보다는 명예직에 가깝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실세들 대부분도 대의원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북한의 권력 동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 역할을 한다.

북한의 헌법상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어서 제12기 선거는 작년 하반기 실시됐어야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등의 이유로 반년 가까이 미뤄졌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 결과가 북한 권력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선 ‘김정운 후계자 내정’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지 등의 관심에서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김정운 등장 여부 =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월8일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후 실시되는 선거라는 점에서 과연 대의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느냐가 이번 선거 최대 관심사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정운이 ‘대의원 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외 언론 보도와 관련, “아직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1998년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 `광명성 1호’ 발사 – 제10기 첫 전체회의’로 이어지는 수순을 통해 김정일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대의원 선거 – `광명성 2호’ 발사 – 첫 전체회의’를 통해 후계자를 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25세에 불과한 김정운을 대의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후계구도를 공식화하기에는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도 부담이 큰 만큼 이번에 정운이 대의원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에 국내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가 더 쏠린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해서 당장 대내외적으로 선포하기보다는 일정기간 후계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과시해 어느 정도 `공적’을 쌓도록 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법으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여나간 뒤 추대 형식으로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1974년 노동당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 정치위원에 선임되면서 내부적으론 후계자로 확정됐지만, 이를 내외에 공식화한 것은 6년 뒤인 1980년 6차 당대회를 통해서였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것은 그 2년 뒤인 1982년 제7기 때부터였다.

▲’장성택 후견’ 세력 보강 여부 =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이은 `2인자’로 최근 북한의 일상적 국정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얼마나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단행된 군부인사에선 ‘장성택 라인’의 약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도 앞으로 후계체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 부장 사람들이 보강될 가능성이 있다.

▲물갈이 폭 =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북한 권력 핵심부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북한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통한 북한 사회 각 분야의 대표 인물들의 교체 폭이나 세대교체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제11기 때는 687명의 대의원중 50%인 343명이 교체됐고,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제10기 때는 9기 대의원중 443명의 얼굴이 바뀌어 64% 교체율을 기록했다.

이 두 차례 선거에서 북한은 권력구조의 핵심 인물들은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분야별 실무 책임자들에선 비교적 젊은 인물과 테크노크라트를 대거 발탁해 대의원에 선임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 등에서 발탁되는 대의원들은 앞으로 내각 등에서 실무 책임자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목 대상이다.

9선의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8선의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7선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김일성 주석 때부터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이르기까지 권력 핵심부를 채우고 있는 인물들은 다선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남 일꾼’ 운명 = 제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가운데 `대남 일꾼’ 다수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것이었다.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 최승철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단장을 맡았던 박창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 회장, 지금은 사망한 송호경 전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제11기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남북회담과 경제협력 및 사회문화교류 사업 분야에서 활동하던 대남 관계자들의 정치적 입지도 약화됐다는 관측이어서, 이것이 이번 대의원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통일전선부 부부장급 이상은 이번 선거에서도 대의원에 선출될 것인 만큼 최승철 전 부부장의 후임자 등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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