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남공작부서 적극 활동 가능성 우려”

내달 출범할 새 정부가 북한과 접촉이나 대화를 시작할 때 지난 10년간 구축된 기존의 남북대화 ‘인프라’를 활용할지 아니면 새로운 채널을 통해 시도할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관심사다.

그동안 선례를 보면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채널의 경우 자칫 북한의 대남공작에 휘말릴 가능성과 그로 인한 대북정책의 혼선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대선 직후 대북관계와 관련,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남북간 대화채널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기존이 남북대화 인프라를 부정하고 새로운 채널을 만든다는 뜻인지, 기존 채널을 재정비해 활용하겠다는 뜻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대북지원의 상호주의 적용, 통일부의 외교부로 폐합 등 지금까지 인수위의 대북관련 조치들로 보건대, 새 정부측이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 정책은 안된다)정책'(김근식 경남대 교수)을 취하는 게 사실이라면 새 정부측의 대북접촉이 기존 공식채널보다 비선을 통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대선 기간에 이미 이명박 후보측의 정병국 의원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했으며,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당선인측이 이미 북측과 접촉하고 있거나 조만간 접촉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인수위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중에도 과거 다양한 대북 사업과정에서 북한과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2006년 핵실험 후 남북관계가 동결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정부 채널을 배제한 채 대북 사업을 해온 권오홍씨의 주선으로 북한 리호남 참사를 만났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나중에 논란만 일으킨 사례를 들어 비선 채널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호남 참사는 1997년 북풍사건 때도 개입했던 인물로, 북풍사건 때 안기부 대북공작원으로 알려진 ‘흑금성’ 문건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은 안희정씨에게 비선 접촉시 발생할 문제점과 북한의 베이징 라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및 해외 공작 담당하는 기구로 노동당 직속의 대외연락부, 35호실, 작전부 등이 있고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 산하의 정찰국, 국가정보원에 비견되는 국가안전보위부 등도 있는데, 비선 접촉에는 이들 공작요원들이 소속을 숨기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한내 지하당 구축을 전담해온 대표적 대남기구로, 일심회 사건에도 개입한 대외연락부는 남한의 새정부 출범을 맞아 남쪽과 채널 구축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외연락부는 남한에서 활동할 간첩 양성, 간첩 남파, 남한 내의 고정간첩 관리 및 불온사상 유포, 민심교란 등을 주관하면서 실질적으로 대남 파괴공작을 담당했고, ‘남조선지역’ ‘남조선사회지도층’ ‘해외’ 등을 담당하는 과를 두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30일 “북한이 대선 과정에서 대외연락부를 가동, 베이징에서 이명박 당선인측 인사들을 비밀리에 수 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남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북측 인물들은 민간단체나 기업의 직책을 가지고 나오기때문에 우리의 통일부 상대역인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남북대화에 협상 파트너로 나서고 대남 정책을 결정하는 통일전선부와 달리, 대외연락부는 전적으로 공작업무를 맡고 있기때문에, 대외연락부와 채널이 만들어지더라도 대남공작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북사업 관계자는 “적어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남북간 대화채널이 공고하게 구축됐다”며 “새 정부도 북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공식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처럼 불투명한 사회를 상대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채널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정부의 공식채널이 역할하지 못한다면 2000년 이전처럼 각양의 대북 브로커가 난립하면서 북한의 전략에 휘둘릴 개연성이 커진다”며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대북부서가 가진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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