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초 탈북 차단을 위한 국경 경비 단속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탈북자 가족들을 산간 오지로 추방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탈북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연선(沿線) 지역에 검열조를 대거 파견했지만 주민들의 탈북이 줄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내릴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민들 속에서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추방설이 난무하면서 탈북자와 관계된 가정들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하고 있다”면서 “인민반과 직장,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에 소속된 주민들은 평상시보다 더 열심히 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초 인민보안부 간부들과 보안부 산하 정치대학생들로 구성된 대규모 검열조를 국경 지역에 파견해 탈북을 최고존엄 훼손이라고 규정하는 등 대대적인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검열조의 검열이 마무리 되는 2월 하순경에 검열 총화(總和)를 하면서 탈북자 가족들을 추방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아직까지는 주민들 속에서 소문만 있을 뿐 정확히 추방한다는 근거는 없어서 조금은 안심 된다”면서도 “일부 탈북자 가족들은 ‘검열총화에서 시범껨(본보기)에 걸리지 않자면 눈치를 봐가며 행동을 잘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면서 정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최근 특별경비주간이어서 밤낮으로 보안원들이 마을을 돌고 있어 주민들이 (탈북자 가족 추방 관련)정보를 서로 주고받기도 어렵다”면서 “한 곳에 주민들이 여럿이 모이기만 해도 수상하게 보기 때문에 일부 가정들에서는 간단한 정보들을 집전화로 주고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당국이 탈북자 가족들을 추방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가족들을 두고 탈북하기 어렵게 되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탈북하는 것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당국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탈북자 가족 추방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가족 추방은 잠재적인 탈북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실제 탈북자 가족 추방 가능성에 대해 낮게 봤다. 그는 “탈북자 가족을 추방하면 국경지역 주민 대부분이 추방돼야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주민들은 ‘우리를 추방하고 다른 지역주민들과 교체해도 또 다른 탈북자만 생길 뿐 손해는 국가가 보는 꼴이 된다’고 추방설 자체를 믿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다만 소식통은 “이번 검열이 다른 시기보다 더 험악(엄)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검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탈북자 가족 전원을 추방하기는 어렵더라도 시범겜으로 일부 가족들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령출신 한 탈북자는 “지난달 말 통화에서 아버지가 ‘앞으로 한동안은 전화를 못할 것 같다, 집소식이 궁금해도 3월까지는 전화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요즘은 전화도 목숨 걸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면서 “지난해 매주 두 세 번 하던 것과 달리 올핸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못할 만큼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탈북자 가족들이 해코지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