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곡창지대 황해북도에서 추수철을 맞아 군량미(米)와 수도미(평양으로 들어가는 쌀) 명목으로 쌀을 전량 걷어가기 위해 군대가 파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쌀 한 톨 받을 수 없게 된 농민들이 곳곳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황주군 협동농장들에 평양방어사령부(91훈련소)소속 군인들이 파견됐다”면서 “이들은 논밭은 물론 탈곡장까지 24시간 지키면서 알곡이 한 알도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농민들은 ‘해마다 어렵게 버티면서 농사를 지어 놓으면 뭐하냐. 정부 권력기관이나 군대가 다 가져가는데’ ‘손맥이 풀려 농사를 지을 용기가 안 난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심지어 ‘내년부터는 절대 농사일에 동원되지 않겠다’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당국은 곡창지대에서 수확된 쌀을 가져와 평양 주민들에게 비교적 많은 양의 배급을 해주는 방식으로 ‘혁명의 도시’ 평양 시민들을 챙기곤 한다. 충성할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면서 체제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군대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식량 공급을 해준다. 식량난을 견뎌가면서 어렵게 농사를 진 농민들을 수탈하면서 체제 보위 세력들만 챙기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해마다 반복되는 수탈에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며 농민들은 저녁이면 낫을 들고 저녁에는 벼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추수철이 되면 벼를 마구 베서 숨기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면서 “도시 사람들은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지만 농민들은 가을철에 알곡을 장만해 놓지 않으면 1년간 끼니를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곡물 절도 행위는 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내린다. 특히 가을철에 ‘낱알 타격대’를 운영해 협동농장과 개인 소토지에서 수확된 쌀과 강냉이의 이동을 철저히 차단하곤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형식적인 단속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이제는 협동농장 반장들도 자신들의 힘으로 농민들의 식량을 해결해주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논밭에 벼가 있을 때 훔치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반내미(바보)’라며 벼 도둑질을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담당 보안원이나 보위부(성)원들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알곡절도는 걸리는 경우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다가도 뒤에서는 ‘밭에 곡식이 있을 때 집에 가져라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