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시장세력과 1라운드 시작…자충수 될수도”

한반도평화포럼은 7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북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 배경과 전망을 조망했다.


윤영관 한반도평화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북한정부와 시장 세력간 대결의 첫 번째 라운드”라며 “앞으로 시장세력의 불만은 갈수록 누적될 것이고 북한 정부의 통제능력은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등 국제적 도전, 김정일 건강 악화, 시장세력과의 싸움 등 3중 불안구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북한 화폐개혁의 배경 및 그 파급효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발표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발표 요지.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화폐개혁은 높은 가격의 사(私)경제, 지하경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북한 당국에게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이다. 소규모 개인거래에서 통용되는 화폐단위가 작아지면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의 압력을 받게 되어 새로운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소위 자영업의 주민들을 패닉 상태로 내몬 것이다. 그들이 당장 장사를 할 수 없으니 물건 값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한 것이 오히려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키는 꼴이 된다.


체제 결속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체제를 이완시키는 결과로 될 것이다. 앞으로 돈을 벌면 어떻게든 달러나 외화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암시장의 달러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이는 북한의 실질 경제규모를 크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 교환 한도가 북한 기업에까지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남북교역등 경협은 달러베이스로 이뤄지지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은 비록 북한 당국에 직접적으로 물리적으로 대항하지는 못해도 원망과 반항의 마음을 더 크게 키우고 있을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 팀장


올해 북한의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가 실물경제 부분의 생산력을 제고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금융부문의 정상화 작업으로 해석된다.


2002년 7.1조치 이후 북한 시장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공식경제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히 북한은 2010년부터 외자유치를 본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내부경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김정은 후계구도와 연계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반 주민들의 경우 화폐교환으로 인한 시장위축으로 삶의 수준이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 또 북중간 거래도 북한의 시장과 바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다. 화폐교환 조치로 시장 뿐만 아니라 시장과 연계된 공식 경제부문까지 위축될 것이며, 이는 전반적인 북한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경협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오히려 공식부문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남북경협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북한당국이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분야에까지 손 대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민들의 불만 증폭과 맞물릴 경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번 화폐개혁에 대해 북한당국의 공식발표가 없었던 것은 내부용 조치였기 때문이다. 물가급등과 화폐 숭배주의 부작용에 따른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내부 경제 회생을 위한 재원확보와 3대 세습체제를 구축을 위한 의도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에서는 ▲상거래 중단에 따른 시장기능 마비 ▲일시적인 물가폭등으로 주민 생계 곤란 ▲외화 사재기로 환율 급등 ▲신화폐의 공식환율 미발표에 따른 북중교역 거래 위축 등의 부작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환율 및 물가변동으로 인해 북한이 입게 될 부담을 남한 기업에 전가해 남북경협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8월 이후 화폐개혁을 이유로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인건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화폐개혁은 시장의 형성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상인계층이 보유한 재산을 강제 환수함으로써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고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단행됐다.


그러나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은 외부투자나 개혁개방조치 없이는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화폐개혁이 실질적인 경제 발전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유통부문에서의 시장경제활동이 더욱 제약될 것으므로 제조업 등 생산분야로 공급이 확대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인플레와 물자부족 등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폐개혁으로 인해 중산층이자 체제 견인세력인 상인층의 체제이탈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의 혼란과 체제전환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이번 화폐개혁은 ▲2002년 7.1조치 이후 가속화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 ▲북한당국의 재정능력 회복 ▲시장에 대한 통제강화 및 일부 부유층에 대한 견제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의 격차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당조직과 국가안전보위부 및 인민보안성 등의 주민 통제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이로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화폐개혁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자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이후 시장에서 물가상승이 지속된다면 부한 당국의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화폐개혁은 김정은의 후계체제와는 직접적 관련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다만 이번 화폐개혁으로 시장에서 주도세력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에는 화교, 무역업체 종사자, 상업관료, 최하층 주민들이 시장주도세력이었으나 앞으로 중앙의 부패관료들이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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