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은 치적 선전 목적으로 건설 중인 평양시 려명거리 건설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 마련을 위해 평양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충성자금 헌납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대별 50달러의 충성자금을 바칠 것을 강요해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대북 제재와 종업원 집단 탈북의 영향으로 해외 노동자 파견이 위축되면서 통치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자, 주민들을 대상으로 충성자금 상납 강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0일 전투 선포 이후 평양시에서는 ‘려명거리 건설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자’는 선전이 공장기업소 강연, 인민반 회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강연자들은 ‘평양시 려명거리는 (김정은)장군님께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과학자들에게 선물할 거리이기 때문에 수도시민이 앞장에서 충성심을 바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에 따라 각 행정구역 인민위원회 동사무소에서는 인민반장들 회의를 열고 려명거리 건설에 1차 충성자금 50달러를 7월까지 모아올 것을 지시했다”며 “돈이 없는 세대는 7월까지(상납기간) 려명거리 건설 노동에 직접 참여하라는 포치(지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4일부터 평양시에 거주하는 일부 세대들은 충성자금 50달러를 인민반장에게 상납하기 시작했다”며 “고의적으로 경쟁분위기를 조성하고 달러상납을 강요하는 (당국의) 모습에 주민들은 ‘지금시대가 조세로 백성을 착취하며 억지로 절을 받던 봉건시대 같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따라 충성자금 상납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50달러면 현재 평양 시장 시세(쌀 1kg 5000원, 1달러당 환율 8000원)로 볼 때 쌀 80kg을 구매할 수 있는 큰돈이지만, 간부층에게는 ‘껌값’ 수준이라는 것.
그는 “몇 백 달러를 한 끼 식사에 소비하는 권력층, 무역일꾼, 시장 돈주(신흥부유층) 세대는 50달러 충성자금을 ‘용돈 꺼내기’ 식으로 상납하고 있다”면서 “반면 하루벌이 세대들은 50달러를 충성자금으로 상납할 수 없어 려명거리 건설현장에 끌려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평양시 려명거리 건설완공이 200일 전투 중요 과제로 부각된 만큼 충성자금은 평양시뿐 아니라 지방에도 곧 부과될 것”이라며 “려명거리 건설은 억지로 짜낸 인민들의 돈으로 자재를 수입하고 젊은 군인들과 청년들을 강제 동원해 건설된다는 측면에서 ‘눈물의 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1월 평양시 중구역에 아파트와 상업시설, 백화점, 탁아소 등으로 구성된 미래과학자거리를 준공한 바 있다. 이후 김정은은 지난 3월 평양에 제2의 미래과학자거리인 ‘려명거리’ 건설을 지시한 데 이어 ‘대북 제재 응징’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올해 말 완공을 강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