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나 때문에 원수님이 자책’ 주민에 자아비판 강요”



▲북한 노동신문은 5일 김일성광장에서 2017년 김정은 신년사 관철 군중대회가 열렸다고 6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김정은 신년사 ‘자책’ 대목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아비판’을 강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월 한 달을 ‘전당(全黨), 전민(全民) 학습기간’으로 정해놓고 연일 주민들의 사상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는 방식으로 압박한다고 현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온 나라가 신년사 학습열풍으로 들끓게 하자’는 구호와 함께 학습관련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이 하달됐다”면서 “이에 따라 1월 한 달은 ‘신년사집중학습기간’으로 정해졌고 주민들은 하루 종일 신년사학습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특히 올해 신년사에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서 한해 보냈다’는 (김정은의) 대목이 있어 통달경연으로 그쳤던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가 원수님(김정은)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내가 잘못했다’는 식의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은 신년사가 나오면 소속된 단체에서 아침독보시간을 이용, 학습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원칙은 원문통달과 내용상통달로 구분되는 원문학습이다.

또한 중앙당 선전부에서 발간한 ‘신년사 학습제강’을 놓고 각급 기업소와 기관들에서는 물론이고 기층조직인 소년단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직업총동맹 등에서도 반드시 학습을 진행해야 한다.

이처럼 신년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든 주민이 학습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강요해 왔지만, 이번과 같이 ‘자아비판’을 시킨 적은 없었다.

소식통은 “신년사학습은 원문그대로 줄줄 외우는 것은 물론, 위에서 내려온 학습제강을 놓고 강의와 토론, 자아비판과 호상(互相)비판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학습토론은 지난해 1년간 있었던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비판하는 방식이어서 매일 ‘사상투쟁’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당, 행정 일꾼들로 구성된 ‘간부학습반’은 이번 신년사의 ‘자아비판’ 대목을 가지고 서로 치열한 사상투쟁을 벌리고 있다”면서 “‘홍수 피해도 원수님 방침을 잘 못 받아든 내 잘못’이라는 자기비판을 강요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반주민과 학생들도 ‘원수님의 심려는 우리들이 당의 뜻을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자기비판을 하고 새 결의를 다지게 한다”면서 “이번 신년사학습은 말이 학습이지 ‘한 달간 진행되는 대(大) 사상투쟁 회의’ ‘신년사 말만 들어도 소름 돋는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는 김정은 신년사의 자책성 발언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포장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의 신년사 발언을 전하면서 “오로지 인민을 믿고 인민을 위해 새해정초부터 온 한해 나라의 방방곡곡의 궂은 길, 험한 령, 위험천만한 최전선길을 걷고 또 걸으셨다”고 주장, 그를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걸출한 체현자’라고 선전했다.

이에 대해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소위 ‘인덕정치’ ‘애민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이 주민들 애환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는 좀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고통을 분담해가자는 정치통합적 의도”라고 풀이했다.

전 원장은 이어 “현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한 가난을 쉽게 벗어나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한 김정은이 ‘참고 가자’ ‘함께 가자’라는 선전으로 정치통합을 이뤄가려는 것”이라면서 “김정일 시대 때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는 구호가 난무했던 상황과 유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겉으로는 인민을 ‘독려’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내부적으론 강도 높은 자아비판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주민의 ‘불평’조차 원천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더 엄격히 단속하면서 주민 사이에서 ‘수령책임론’이 제기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했지만, 사실 이는 스스로 민생 파탄의 책임을 지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료와 주민들에게 전가하려던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라면서 “죄 없는 주민들이 북한 현실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함으로써 최고지도자에 대한 원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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