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도 경악한 ‘가짜’ 보안원…“南영상 시청 주민 돈 뜯어내”

북한 주민들의 한국 영상 시청을 전문 단속하는 109그루빠(상무)로 행세하면서 돈을 챙긴 가짜 ‘보안원(경찰)’이 최근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사기꾼은 영장도 없이 가택수색으로 수천달러 뇌물을 챙기던 단속원의 행태를 그대로 모방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평안남도 여러 지역에서 한국 영화 단속으로 뇌물을 챙기던 가짜 보안원이 체포됐다”며 “보안원 신분이 아닌데 사법 일군(일꾼) 정복(正服)을 입고 증명서까지 들고 다니면서 뻔뻔하게 활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시장에서는 보안원, 보위원 정복이 30달러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소식통은 이어 “6.27그루빠(마약)보다 입김이 쎈 109그루빠(불법 출판-영화)로 행세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대범하게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가짜 보안원은 한국 영화 메모리를 빌려주는 상인과 결탁해 관련 정보를 미리 파악, 주민 살림집을 덮쳤다. 이후 최소 1000달러 뇌물을 챙겼고, “이번만 봐준다”며 유유히 사라졌다.

특히 “단속된 사실이 새나가면 다른 성원들이 다시 취급할 것이며,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만약 사실이 누설될 시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9월 이 보안원에 단속당한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이 수천 달러 뇌물을 바친 후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면서 꼬리가 잡힌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109그루빠에 협조 역할을 하는 스파이였고, 평성시에는 그런 신분의 109그루빠 성원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후 대대적인 수사에 지난 11월 사기꾼이 드디어 잡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가짜 보안원 취조과정에서 그동안 한국 영화를 시청했던 주민들의 행적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 주민들까지 모조리 체포됐다.

또한 이 사기꾼은 노동단련대 6개월 형을 받은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는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이 공권력에 대항한 죄는 크게 따지지 않고, 반체제분자 체포에 일조한 공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러니 여기(북한)에서 사기나 협작이 판칠 수밖에 없다”면서 “해당 가족들은 ‘이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라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2000년대 한국 영화 및 드라마가 유행하자, 2004년 당·보위부·보안성으로 구성된 109상무를 조직, 강력하게 단속했다. 하지만 뇌물을 주면서 단속을 피하는 일이 잦았고, 때문에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단속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북제재로 고립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사상동요를 우려해 한국영화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 영화시청을 근절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최근 109그루빠는 관련자들을 관리소(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로 보내는 데 혈안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제는 공포감에 쉽게 한국 영화를 못 보게 됐다”면서 “수색영장도 없이 폭행을 일삼는 행위에 일반 주민들은 외국영화 시청을 하지 못하게 됐고, 돈주(신흥부유층)들의 경우에 뇌물 단가는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로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