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단장 “온통 영어라 제나라인지…”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15일 남북대표단은 한라산 중턱 해발 600m고지에 위치한 골프장인 ‘CJ나인브릿지’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전날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함께 식사를 했기 때문에 이날은 넓은 장소와 풍경을 즐기기 위해 한라산으로 장소를 정했다고 회담 관계자는 설명했다.

0..힘겹게 골프장에 도착한 권호웅 북측 단장은 영어로 된 골프장 명칭이 내심 못마땅한 듯 “CJ가 영어약자 같은데 뭐냐. 왜 영어로 이름을 지었냐”고 대뜸 물었다.

이에 정동영 남측 수석대표는 “외국인들을 상대하려는 것”이라며 옆에 있던 김영환 골프장 상무에게 명칭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했다.

김 상무는 “나인브릿지에 다리가 8개가 있는데 그 외 마지막 다리는 고객과의 마음의 다리”라고 재치있게 설명하기도 했다.

권 단장이 다시 “그냥 다리라고 하면 친근할 것이다.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그렇게 지었느냐”며 “어제 남경미락에 갔었는데 식당이름이 참 친근했다. 오늘 여기 오면서 식당이름이 온통 영어여서 도대체 제나라 식당에 가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화시대에 외국 손님, 관광객에게 편하다. 권 단장이 한글로 이름 하나 만들어 보라”는 정 수석대표의 권유에 권 단장은 “외국인을 위한 간판을 만들고 그 다음에 민족성원을 위해 하나 더 만들면 좋지 않느냐”고 답했으며, 정 수석대표는 “그럼 아홉다리 클럽으로 하면 되겠네”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한 북측 수행원은 소감을 묻자 “온통 영어로 써놔서..”라며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0..점심 메뉴로는 해산물 빙떡과 성게죽, 표고버섯 요리, 흑돼지 돔베고기(보쌈), 제주은갈치 구이, 옥돔 미역국 등이 나왔다.

북측 대표단은 날씨가 추운 탓인지 따뜻한 국을 곁들인 음식에 매우 만족해 했다. 한 수행원은 “어제 날음식도 좋았지만 추운 경치를 보면서 뜨거운 음식을 먹는 맛이 좋다”고 말했다.

식사에 앞서 정 수석대표는 방명록에 “아름답고 깨끗한 한라의 설경처럼 진실된 마음으로 조국 통일 이룹시다”라고, 권 단장은 “우리의 민족전통을 계승발전시켜 나갑시다”고 썼다.

0..이날 공동 중식은 악천후로 인해 1시간15분이나 지체됐다.

며칠 전부터 이어지던 폭설이 이날도 계속돼 누적 적설량이 63㎝에 이르는 등 도로사정이 좋지 않자 대표단 차량은 긴급히 스노 체인을 감고 거북이 운행을 하느라 식사시간이 늦어졌다.

궂은 날씨 때문에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한라산 영실기암 참관과 식사 뒤 골프장 소나무 아래에서 하기로 했던 기념촬영을 취소해야만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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