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업비서 ‘분배부터 해결하자’ 건의했다가

북한이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인 ‘6·28방침’의 구체적 시행방침을 마련할 당시 중앙당 농업담당 비서가 ‘농장원들에 대한 식량분배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농업 개혁이 어렵다’는 건의를  했지만 김정은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일본의 대북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6·28방침’이 나온 직후인 지난 6월경 당 농업담당비서가 김정은에게 ‘북한 농장원 70%가 식량분배를 못 받아 기력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면서 “농업 개혁을 통해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장원들의 적극성을 유도하려면 일단 분배부터 정상화해야한다는 건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농업개혁을 앞두고 담당 비서가 협동농장의 실태를 파악한 후에 이 같은 보고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배가 이뤄져야만 농업개혁의 성과를 내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당국과 농장원의 ‘7대 3 비율’의 분배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급량을 정확히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서 “당장 굶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배 비율이나 말보다 배급량 보장을 확실히 약속한 후에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7:3방식의 분배라 해도 생산량이 부족하거나 군대의 개입이 이뤄지면 이전처럼 배급량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보장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담당 비서는 배급량 보장과 함께 농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1년 준비 과정을 거친 후 시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러한 건의에 대해 김정은은 ‘농장원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농장원이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은 땡땡이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계획대로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농장원들의 실태를 모른다기 보다는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개혁정책의 성과를 내오기 위해 방침 강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 ‘6·28 방침’ 시행을 앞두고 농장에 출근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지시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관측했다. ☞<8월 23일>北, ‘6·28방침’ 앞두고 농장원 통제 대폭 강화


그는 “‘6·28방침’ 중에서 농업개혁 이외에 공업, 상업 부문에도 개혁이 필요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김정은은 ‘농업개혁은 공업이나 상업부문과는 달리 분배제도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해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농업담당 비서의 건의를 무시하고 공급을 안준 채 단속만 강화한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농업개혁이 실패하면 6·28방침 자체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고위 탈북자도 “김정은이 농장원들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면서 “그러나 당장 농민들의 생활을 보장해 줄 여력은 없고 농장의 수확량은 지속적으로 적어지는 상황에서 공급과 무관하게 열심히 일해서 국가도 좋고 개인도 좋게 하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6·28방침’을 10월 1일 전면 시행한다고 내부적으로 포치를 내렸지만 현재까지 ‘한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6·28방침’ 직후 강행을 지시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3개월 여 간의 시범 시행 결과가 미미하고 주민들의 불안심리도 고조돼 김정은의 의지가 꺾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14일 김정은이 ‘6·28방침’에 대해 주민들이 불만을 보이면 변경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베이징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북한 경제관계자들은 김정은이 ‘실패해도 상관없다. 인민으로부터 불만이 나오면 변경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