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민 “알곡 도둑 극성인데, 200일 전투 신경써야 하나”

북한에서 추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개인 텃밭을 일군 농촌 주민들은 ‘알곡 도둑’을 대비하기 위해 산중 움막 생활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200일 전투’로 각종 동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계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곡식이 한창 무르익는 가을철 농민들은 마을주변 산지에 개간된 텃밭에서 움막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산중 텃밭머리에 겨우 한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자그마한 움막을 쳐놓고 곡식관리와 함께 경비근무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가을철은 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 주민들은 밤낮이 따로 없는 산중생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면서 “때문에 농촌마을 가정들에서는 어린이와 어르신만 있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한산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산속 움박이 농민들의 임시 생활거처로 변모된 건 2011년부터다. 당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개간한 개인 텃밭을 세금을 받고 허용하면서 ‘개인 소유’ 개념이 생겨났고, 자신의 곡식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움박 생활이 일반화됐던 것이다. 

이 때부터 농민들은 산속 개인 텃밭에 옥수수와 감자, 콩, 수수 등 각종 곡식과 남새(채소)를 심어놓고 가정의 1년 식량을 해결하고 있다. 움박에 부엌과 온돌은 물론 각종 생활도구까지 차려놓고 8월부터 가을걷이가 끝나는 10월 말까지 약 석 달간 생활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인근산지에 수백, 수천 평에 달하는 개인 텃밭을 갖고 있는 농촌 가정들은 ‘낱알털이 도적’ 때문에 텃밭을 비워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곡식이 한창 무르익는 지금 잠시라도 방심하면 곡식을 모조리 도난당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밤에는 물론 대낮인데도 다른 지역 주민은 물론 주변 부대 군인들까지 달려들어 개인 텃밭을 싹쓸이 해갔기 때문”이라면서 “(협동)농장 밭에는 청년들과 무장 보위대가 경비를 서고 있고 자칫하면 교화형까지 받을 수가 있어 만만한 개인 텃밭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인 텃밭 사수는 농민들에게 있어 ‘생존’의 문제다. 때문에 당국이 ‘200일 전투’에 따라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한 ‘주야(晝夜) 분투’를 강조하지만, 주민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충정의 전투’에 ‘자신의 일은 아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면서 “자칫하면 1년 농사가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밭 도둑 방지에 여념이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촌지역 마을이 텅 빈 것처럼 조용하기 때문에 인민반장과 담당주재원(보안 원)들이 몹시 애를 먹는다”며 “‘200일 전투’ 관련 포치(지시)사업과 작업이 하달돼도 주민들을 동원시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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