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3월 마지막 주 이 시간에도 설송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실태를 알아볼 텐데요. 이번 시간에는 북한 시장에서 인력 고용이 어떻게 이뤄지고, 고용주와 노동자는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북한에서 국가가 아닌 개인이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나요?
기자 : 사실 북한에서 개인 고용은 자본주의 요소로써 당국이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모든 노동력을 배치하고 그에 따른 통제를 하고 있는 당국의 권력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개인이 개인을 고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고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할 수도 있거든요.
지난주에 신발제조업의 경우 젊은 여성들이나 학생들이 고용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경우는 국영기업소 노동과에서 관리하는 사람은 아니구요. 전업주부나 학생들이 개인 돈벌이 목적으로 고용된 것입니다. 다만 국영기업소 노동자들이 개인에게 고용될 경우는 8·3노력이라는 형태를 띠죠. 노동자 한 사람이 결국 두 가지 직업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죠. 시장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국가에 바치는 대가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는 겁니다.
진행 : 개인이 개인을 고용하는 형태가 생각보다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국영공장에서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기자 : 국영 노력채용과 사적 노력채용에서 다른 점 역시,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크게 본다면 국영기업소 노력채용은 공장경영자와 노동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국가정부 노동부서에서 강제적으로 배치합니다.
이와 반대로 개인이 개인을 고용할 때는 경영자와 노동자가 서로 합의되어야 고용이 이루어지는데요. 사례를 든다면 김정은이 백두산청년영웅발전소 건설 지시를 하달하면 젊은 20대 청년들이 돌격대라는 명목으로 강제 배치되는 경우입니다.
반면 시장에 케익(케이크)을 만들어 파는 개인업자의 노동자 채용을 가정해 본다면요, 북한에서 케익을 똘드라고 하죠. 똘드 제조업자는 당연히 섬세한 손재간을 갖추고 인성도 착한 노동자를 원하거든요. 때문에 20대 젊은 여성들이 주로 고용되곤 하는데요. 고용주가 돈주(신흥부유층)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공들은 일자리를 거부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이 개인을 고용하는 시장에서는 노동실적과 제품의 질, 복지가 중요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진행 : 방금 노동실적과 복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왜 국영 공장이 아닌 시장에서 특별히 중요시 되는 건가요?
기자 : 고용주와 일공들의 관계를 특징짓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과업 사례를 들겠습니다. 평안남도에서 빵과 과자를 만들어 시장에 도매하는 개인업자의 경우인데요. 10대, 20대 여성들을 고용했거든요. 고용임금기준이 처음에는 하루(점심시간 한 시간 빼고 8시간) 쌀 한 키로(kg)였습니다. 그러니까 일공들이 일종의 시간 때우기로 일하면서 실적이 나지 않았죠. 그러자, 고용주는 밀가루 반죽(7kg)당 임금을 책정해서 지불하기로 했는데요. 생산실적에 따라 임금이 지불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는데요. 생산도급제로 임금이 지불되니 불량과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고용주는 불량품을 임금으로 대체했는데요. 그 이후부터 일공(日工)들은 로(爐) 온도관리에 신경 쓰면서 서로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결국 제품의 질과 생산량이 동시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가끔 불량품이 나오는 건 따로 모아 두었다가 고용한 일공 생일이나 명절 때 나누어주었는데요.
조금 있으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다가오지 않습니까. 국영공장과 개인기업의 노동자들 명절 공급차이가 놀랍습니다. 명절 공급이 북한주민들에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진행 : 흥미롭네요. 북한주민들이 명절공급을 통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갔으면 좋겠네요.
기자 : 북한에 이런 속담이 있죠. ‘먹은 소가 일한다’. 배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김정은이 4월 15일이 태양절이라며 충성맹세를 강요할수록 주민들의 충성심은 멀어지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까 명절 전날 외화벌이 회사, 개인기업에서 일하는 일공들이 고기, 당과류, 밀가루, 기름 등 공급물자를 자전거에 싣거나 배낭에 지고 집으로 들어가는데요. 동네 주민들의 눈에 이것은 부러움과 동시에 불만이 나오는 계기로 작용하죠. 국영 노동자들의 명절공급을 본다면 술 한 병이 고작이거든요. 복지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는 명절공급의 차이는 주민들에게 시장화와 개혁·개방을 한번 쯤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거죠.
진행 : 이런 상황을 북한 당국도 인지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개인들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통제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 당연히 통제하는데요. 월급 3000원으로 쌀 한 키로도 살 수 없는 노동자들이 외화벌이 회사나 개인기업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000년대 중반 김정일 방침으로 개인고용을 위법행위로 처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요. 당시 신발제조업이나 제과업 같은 곳에서 수십 명의 일공을 고용하는 것이 착취계급의 온상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청년조직에서, 젊은 여성일공들은 청년동맹그루빠에서 단속했고, 보안서(경찰)에서는 고용주를 단속했는데요. 하지만 뇌물을 통한 암묵적인 허용으로 고용시장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확대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돈주가 아파트를 건설할 때 공장 간부와 합의해 국영노동자들을 주택공사인력으로 고용하는 형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합법과 비합법의 혼재 속에서 노동시장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다음 시간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 북한 사경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용시장의 현재 실태, 잘 들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시행되고 있지만, 중심 지역에서 물가 변동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50원, 신의주 5100원, 혜산은 50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00원, 신의주 218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30원, 신의주 8150원, 혜산은 807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80원, 신의주 1280원, 혜산 1270원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700원, 신의주 12000원, 혜산 12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300원, 신의주 7250원, 혜산에서는 74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600원, 신의주 5450원, 혜산은 53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