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자들, 내각의 관리 강화에 의문… “국가 공급없인 불가능”

일부 지역서 "생산 정상화부터" 지적 제기돼...전문가 "국영기업 중심 내각책임제 강화 가능성"

순천린비료공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새해 첫 현지지도로 순천린(인)비료공장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7차 제5기 전원회의에서 ‘나라 경제의 재정비’를 언급하면서 내각책임제를 강조한 가운데, 북한의 공장 기업소 근로자들은 현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다수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내각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각은 국가 재정을 강화하고 생산 단위들도 활성화 할 수 있게 조직 사업을 치밀하게 짜고 들어야 한다”면서 “내각의 통일적 지도와 지휘를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각 기업소가 내각의 감독을 받으라는 것은 각 공장의 감독 체계를 내각에서부터 성, 국, 그 밑의 작은 단위 기관까지 일원화하라는 의미”라며 “각 기업소마다 위(김 위원장)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시당 위원회의 지시가 내려왔는데 총화 사업은 3월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시한 내각 중심의 일원화된 관리체계는 일부 기업소에만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기업소가 제대로 가동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과거같은 감독 체계로 돌아가라는 것이냐”며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위의 지시니 몇 달 동안은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공장 가동을 위한 기본적인 원자재를 국가가 공급하고 있다면 내각 중심의 책임제가 의미가 있지만 기업소가 자체적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각중심의 관리가 이뤄지기 힘들고, 관리 체계가 복원된다해도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소 근로자들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일거리가 없자 삼지연 건설 등 국가 건설 사업에 동원되거나 기업소에 ‘8.3’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등 개별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다 보니 월급은 거의 없는 형편”이라며 “받는다고 하더라도 3,000원(북한돈 기준) 수준으로 그 돈으로는 쌀 1kg도 못 사기 때문에 결국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해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1월 1일을 기준으로 현재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북한 쌀의 가격은 1kg당 4,300~4,500원으로 공장 노동자의 한 달 임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는 현금이 아닌 현물로 월급을 주고 있는데 이마저도 질이 떨어져 북한 근로자들은 기업소에서 제공하는 배급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중국 기업과 협력으로 운영되는 피복공장이나 담배공장과 같은 일부 공장 기업소의 경우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기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배급을 주고 있지만 몇몇 기업소에만 국한된 상황이다.

소식통은 “함북(함경북도)에서는 회령 피복공장, 탄광기계공장, 제지공장 정도가 노임을 제대로 주는데 대부분 공장 기업소는 가동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크라프트지공장이나 기초식품공장도 노임을 주긴하지만 너무 적어서 배급으로 살기에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소규모 공장기업소도 국가 기관에 등록시키고 생산량도 내각이 점검하라’고 강조하는 등 내각의 완벽한 경제 장악을 지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내각 중심의 관리 체계는 국영기업이나 국가의 지원하에 개인과 합작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기업소에만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각 중심의 경제 체계에 대한 얘기는 오래 전부터 강조돼 왔다”며 “아직도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강조를 했다는 것은 지금도 내각 중심제가 운영이 잘 안 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내각 중심의 운영체계가 복원된다면  국영기업소 중심으로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 김정은의 지시대로 실행이 될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는 국가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정상화하려면 국가 공급 체계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그동안 국가에서 기업소의 자재를 비롯해 노동자들의 배급도 보장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소 지배인이나 당 비서(위원장) 등 책임자가 돈있는 개인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기업소를 운영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 경제 질서가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내각중심제를 회복하려면 국가 공급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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