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신문, 11일자 `발행사고'(?)

북한을 대표하는 신문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당일 발행된 노동신문의 `면소개’ 기사를 그날 오전 9∼10시 정도에 내보내는데 11일에는 면소개 기사를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중앙통신은 12일 새벽 6시41분에 11일 노동신문의 `면소개’ 기사를 송고했는데 신문의 1∼8면까지 모든 면이 이례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내를 현지지도한 사진과 기사로 채워졌다.


또 조선중앙TV는 매일 오후 5시15분께 `중앙신문 개관’ 기사에서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 주요 신문의 각 지면을 화면으로 내보내지만 11일에는 이 프로그램을 생략했다.


조선중앙방송 역시 매일 오전 9시에 당일 노동신문 등 주요 일간지의 기사를 소개하는데 11일에는 내보내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11일자 노동신문이 제대로 발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신문 12일자에는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전날 노동신문에 실렸다며 소개한 글이 뒤늦게 게재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오후 2시 당일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라면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아량과 선의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전문을 게재했다.


이 글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남조선의 보수 당국이 화해와 관계개선을 외면하고 대결로 나가려고 한다면 우리도 단호히 결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담았다.(연합뉴스 12월11일자 기사 <北노동신문 “南 남북관계 외면하면 단호한 결심”> 참조)


그런데 중앙통신은 12일 동일한 제목의 글이 노동신문의 5면에 실렸다면서 전문을 공개했는데 11일 우리민족끼리가 게재한 글과 똑같았다.


특히 중앙통신은 이 글이 `논평원의 글’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매일 쏟아내는 일반적인 대남.대외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은 대부분 논평원 개인의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논평원 개인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논평원의 글’이라는 형식은 북한 노동당의 정리된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매우 드물게 사용하고 있다.


결국 전날 우리민족끼리가 노동신문의 글이라고 소개한 기사는 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태도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노동신문이 11일자 발행에 착오를 겪은 것은 김 위원장의 강계시 현지지도 사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11일 새벽 5시9분에 김 위원장이 강계시내 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는 기사를 전했지만 관련 사진은 이날 중앙통신이나 중앙TV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중앙통신이 새벽에 공개한 김 위원장의 공식활동은 당일 중앙통신을 통해 사진이 배포되고 중앙TV의 오후 5시나 오후 8시 보도시간에 공개돼 왔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노동신문은 논평원의 글을 포함해 11일자 발행준비를 마쳤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을 찍은 이른바 `1호 사진’의 전송이 제 시간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11일자로 준비했던 기사들을 12일자로 미루고 11일자는 뒤늦게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만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노동신문의 글을 사전에 제공받은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운영자는 노동신문 게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논평원의 글을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평양의 경우 노동신문은 매일 오전 8시 전으로 가구들에 배달되는데 11일자의 제작 사고로 당일 늦게 혹은 12일 오전에 배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북한에서 다른 신문과 달리 노동신문은 3중, 4중의 엄격한 검열 속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발간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고는 강계라는 험지에서 기사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술적 사고로 추측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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