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데일리NK가 입수한 북한 도당 책임비서 명의의 방침지시문.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0일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이영화 간사이대 교수 제공 |
북중 관계 전문가인 이영화 일본 간사이(關西)대 교수는 28일 데일리NK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0일 각 지방을 총괄하는 도당 위원회에 보낸 방침지시문을 전하면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중국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핵폭풍으로 맞서 싸우자’는 내용의 지시를 하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시문은 도당 책임비서의 주관 하에 “모든 당원과 노동자는 사회주의를 배신한 중국의 압박 책동을 핵폭풍의 위력으로 단호히 짓부숴 버리자”라는 제목으로 회의 참가자들에게 하달됐다.
전달된 지시문에는 “중국은 유엔 제재의 미명하에 동북아에서의 저들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릴까봐 우리에 대한 제재에 발 벗고 동참하고 있다”면서 “현 정세는 중국의 대조선 적대시 책동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시문은 또 “우리 혁명의 간고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국은 항상 우리 혁명이 시련과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단 한 번도 진심이란 것은 없었다”면서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간곡한 유훈에서 가르쳐주신 바와 같이 우리는 중국에 대하여 티끌만큼 환상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시문은 “이전처럼 중국에 호락호락하지 말고 동등한 립장으로 대응해 우리를 가볍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를 바꾸어놓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더 엄숙한 시련과 난관이 닥쳐와도 오직 김정은 원수님의 두리에 더 굳게 뭉쳐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북한이 중국을 한미일 삼각 동맹과 같은 선상에 놓고 ‘적국’ 취급할 것을 이번 지시문을 통해 선언한 셈이다. 미국은 무서운 적, 중국은 미운 적이라는 자리매김인 것”이라면서 “심지어 ‘핵 폭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핵·미사일로 중국을 위협하고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은 1961년 중국과 ‘참전조항’을 포함한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지속해왔는데, 이번 지시문은 북한이 이 조약의 파기를 사실상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북중 양국이 앞으로 관계 악화를 넘어 긴장 관계까지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