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내부 독재기반 뒤흔들 새전략 짜라”

▲ 단천(좌)과 회령(우)에서 일어난 반체제 활동

제5차 2단계 6자회담도 역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종료됐다.

북한은 회담 초기부터 줄곧 BDA문제만 거론하고 회담진전을 위한 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잔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핵폐기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요구사항을 확실히 전달하는 수준에서 회담을 마무리 짓는 데 그쳤다.

6자회담으로 성과를 이끌어 내려면 우선 북한당국이 6자회담의 필요성, 즉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꼭 회담에 임해야 할 이유를 절실히 느끼고 참여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놔야 한다.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취한 전략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더 정교한 전략으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나왔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럼에도 6자회담을 진행하여 북한의 태도를 다른 참가국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 대북압박의 필요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하지만 대외 압박으로 북한의 태도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1718호가 제대로 가동되어도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40년 넘게 지속돼 온 핵에 대한 집착을 기필코 현실로 만든 북한이다. 그러한 북한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포기할 거라는 환상은 일찍이 접어두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독재의 통치기반을 흔들어 놓는 압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의 압박에 대해서는 북한당국이 얼마든지 왜곡하여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독재통치를 억지로라도 지지하도록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러한 북한의 술수에 허를 찌르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쉽게 통제할 수 없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별개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하게 들고 나와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이나 기타 국가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난민들을 원하는 국가로 망명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 한국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대대적인 수용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탈북난민들을 전원 수용한다는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줘, 북한주민들이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어려서부터 “미국은 우리민족의 철천지 원수”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행동은 북한주민들의 생각을 180도로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도 다시 북한 내부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연락이 닿으면, 그때부터 북한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호감은 날로 커져갈 것이고, 북한주민들은 폭력적인 김정일 독재정권과 인도주의로 북한주민들을 대하는 미국정부와 냉정한 비교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대북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한 포용정책은 그 의도와는 반대로 김정일 독재정권에 역이용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한이 이렇게 가난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제봉쇄도 아니고 동구권의 붕괴로 인한 사회주의 나라들의 원조가 끊긴 데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북한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근대적인 봉건왕조체제에다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집단을 양성한 정권이 주체니 자립이니 하는 이상한 이론을 만들어내 북한을 거지왕국으로 퇴행시켰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북한체제에 어떠한 대북지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도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식량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대북지원은 불쌍한 주민들을 탄압하는 관료와 군에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분배의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은 북한주민들의 고통만 장기화 시킬 것이다.

제대로 된 대북지원은 이러한 부패와 갈등을 조성시키는 ‘묻지마’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조건성 지원이 되어야 한다.

우선 대북 식량지원에서 분배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지금 현 정부에서 ‘차관’이라는 명목으로 퍼주기 하는 식량지원을 처음부터 ‘무상’으로 못박는 게 좋다. 어차피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할 것이 뻔한데, 차라리 공짜로 주면서 대신에 조건을 거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먼저 북한주민들의 여행(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여행의 자유는 지금 북한주민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대량아사 사태가 발생한 함경도 지역이나 공업도시 지역에서 여행의 자유만 있었어도 그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만약 여행의 자유가 보장되면, 거주이전의 자유를 요구하고, 정치범 석방, 언론의 자유를 단계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물론 이같은 요구를 북한당국이 쉽게 들어주리라고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북한당국이 이런 조건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서 탈북자 네트워크와 NGO들, 그리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대북방송 및 선전활동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에서 식량지원 할 때 붙인 부대조건이 공명정대한 조건인데도 김정일 독재정권이 이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김정일 독재정권을 비난하는 여론이 북한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북한당국이 조건을 계속 수용하지 않으면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게 될 것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기저기서 누적된 불만은 차츰 분노로 변하고, 분노는 강력한 저항으로 독재정권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압박보다도 북한내부에서 형성되는 압박은 김정일 독재정권을 변화시키는 데 헐씬 더 효과적은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한 현 김정일 정권은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자립적으로 그 체제를 지탱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북한정권은 항상 외부의 원조를 목말라 할 것이고, 이럴 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연대를 강화하여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원을 해야 한다.

탈북자들 잠재역량 적극 활용해야

올해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1만 명을 돌파한다. 해외 체류 탈북자들까지 합하면 그 수자는 몇 배가 넘는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들은 북한사회의 실상을 외부에 알렸고, 북한인권문제를 세계적 여론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한국사회의 젊은 세대들에게 북한에 대한 환상을 없애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

현재 북한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촉하는 경로는 각종 대북방송과 북한에 연고를 둔 탈북자들의 전화연락 등 인적인 접촉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들이 자신과 연계된 북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하는 정보는 그 신뢰성 측면에서 다른 경로보다 월등한 인정을 받는다.

또 한편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북한의 독재정권을 대변하는 선동을 막는데도 탈북자들이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한의 일부 학계와 정치인들이 북한에 대한 허위정보로 북한의 독재자를 비호하고 있을 때 우파세력들이 그들을 압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맞서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북한사회에서의 실질적인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남한사회에 젊은 층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사회의 젊은 층, 특히 대학생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 비판과 행동을 좋아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젊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젊은 탈북 대학생들이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 활동의 일환으로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리는 사업을 하면 적극 지지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파나 북한의 인권개선 활동을 하는 단체들은 무턱대고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만 활동하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

탈북자들의 역할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 또 김정일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후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교육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도 탈북자들의 역할과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김영일(탈북자)/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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