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내부 ‘反김정일’ 키워야…이제 공세전략으로 가자

한국의 일부 보수들이 대북 봉쇄론적 경향을 강화하려고 하는 심리적 배경에는 남한이 김정일 손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남한이 조만간 북한에 의해 ‘적화’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다.

일부 보수파들은 노무현 정권을 사실상 간첩들에 의해 조종되는 정권이며 이들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고 파악한다. 김정일과 노무현이 합작해서 대한민국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수들의 이러한 생각은 오래 전부터의 일이긴 하지만 특히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명료한 관점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 되었다. 근본 원인 제공은 노무현 정권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보수들의 걱정이 단순한 걱정을 넘어 김정일 정권에게 ‘수세적 공포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현상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과 김정일 정권에게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애국주의와 애국적 행동은 찬성하고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빨갱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오히려 사회의 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안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사례를 들면서 실명(實名)을 적시하는 이유는, 누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하고, 있는 그대로 옮기기 위한 것일뿐, 다른 개인적 호불호는 없다. 또 거명 당사자들도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갖고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또 가능하다면 이 글을 계기로 서로 건전한 논쟁의 장을 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2005년 5월 9일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는 자신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盧정권하의 청와대와 여당과 내각에 前歷이 참으로 의심가는 인물들이 핵심 자리에 많이 들어가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남로당 가족 출신, 김일성 父子 숭배자(소위 주사파) 출신, 利敵 단체 출신들이다. 문제는 이들중 상당수는 공안기관, 군대와 같은 對北억제戰力 부문의 업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주사파, 즉 김일성주의자들은 대한민국을 파괴하기로 맹세하고 김정일에 충성을 다짐했던 반역세력이다. 이 반역세력의 핵심이었던 자가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당연히 국민들은 간첩이 청와대에 있다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조대표는 자신이 주장하는 간첩이란 “형법상의 엄격한 규정 이외에 국민들이 대중적 정서로써 ´김정일 편´이라고 믿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부연 설명을 달고 있다. 조대표의 이야기는 간첩, 즉 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형법상의 간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을 김정일에게 갖다 바치려고 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핵심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대표가 이처럼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하게 되는 다른 보강 근거들도 있다. 그 중의 하나는 386 출신들의 발언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강길모씨가 있다. 80년대 ‘반미청년회’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강씨는 2007년 5월 23일 성우회 초청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했다. 좀 길지만 인용해본다.

“반미청년회를 통해 키워진 주사파 학생운동 출신들 중에서 이름을 알만한 집권세력 인사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으로 노 대통령 측근이라는 안희정을 들 수 있다…… 안희정 말고도 노 대통령 주변에는 이른바 386 참모들이 득실득실하고,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이 ‘주사파 출신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대통령과 영부인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제1부속실장과 제2부속실장, 청와대 대변인과 부대변인, 국가 주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부서 청와대 행정관들이 모두 과거에 주사파 출신들이었다….

열린당에는 확실한 주사파 출신 국회의원만 2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탓에 과거 주사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정부의 요직에 대거 진출했으며, 한나라당에도 주사파 출신들 상당수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 권력으로 성장한 시민단체 권력은 사실상 주사파 잔당들의 소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당초 주사파 출신들이 ‘사회운동 차원’에서 기획하고 만들었다.

언론권력도 예외가 아니다. 정통 주사파 출신은 아니더라도 주사파적 역사인식과 가치관에 물든 사람들이 대한민국 방송과 언론의 중추적 실무그룹에 포진해 있다.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일심회 간첩사건에 떼거리로 몰려드는 변호인들이나 민주 어쩌고저쩌고 하는 법조단체에는 반드시 주파사들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인터넷 권력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 까지도 얼치기 친북좌파 집단의 세력권내에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청와대와 정치권, 시민 권력과 언론권력, 그리고 법조계를 비롯, 각계각층에 이른바 ‘주사파적 인식론’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이 폭넓게 포진했다는 것은 내용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 권력이 사실상 ‘적화’(赤化)됐다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보듯이 강씨의 주장은 조대표보다 훨씬 더 나가 있다.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 시민단체, 언론계, 법조계, 인터넷 등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곳을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강씨의 정세진단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아래 위로 적화가 거의 다 되어가는 상태인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6.25 전쟁 직전 박헌영이 김일성이 내려 오면 남한 인민 모두 들고 일어나 만세를 부를 것 같다는 그런 분위기이다.

여기에 한술 더 뜨는 사람이 있다. 지만원씨다. 지만원씨는 뉴라이트를 포함해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우파 인사들도 모두 붉은 좌익이라고 몰아 부친다. 류근일, 김진홍, 인명진, 안병직, 신지호 등 과거 좌파였다가 우파로 전향한 뉴라이트 계열도 포함된다. 또 대선 후보 이명박씨도 포함된다. 지만원씨는 한번 좌파면 영원한 좌파이고 한번 주사파이면 영원한 주사파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으로 망명하여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주장하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붉은 좌익이라고 공격한다.

지만원씨 경우는 확실히 극단적이다. 하지만 남한이 적화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위기의식은 대북 봉쇄론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심리적 정서이자 공통된 정세관이다.

北 변화보다 대남전략 차단이 더 중요하다 믿어

때문에 봉쇄론자들은 북한에 영향을 주어 능동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 영향을 끼치는 것을 차단하고 봉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남한 방어에 더 급한 봉쇄론자들에게 북한을 변화시키는 북한의 개혁개방화, 민주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 북한보다 더 급한 것이 남한방어이기 때문에 그들의 실천적 우선 순위는 남한을 ‘친북 좌익의 손’에서 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세 인식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첫째, 봉쇄론자들은 남북교류, 협력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이다. 현 한반도 정세 판단에 있어서 친김정일 세력이 우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남북 교류, 협력은 단지 북한에 이용 당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과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에 인권,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고 북한 내에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키려는 적극성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북한과 교류, 협력하는 단체들의 주도권은 과거 운동권 출신의 이른바 ‘진보 진영’으로 대부분 넘어간 상태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친노무현이기 때문에 북한과 접촉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보수파가 북한의 변화에 보다 더 적극성을 가지고 북한에 자유주의자, 시장주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내려는 행동을 하지 않아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역설적인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의 현실이 워낙 열악하고 북한의 지도층들이 형편없다 보니 대북 교류, 협력을 주도하는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 오히려 북한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과거 운동권 출신들에게 살아 있는 반김정일 교육, 반공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은 햇볕론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봉쇄론적 경향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북한과 김정일 정권의 실체를 분명히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북한의 지도층들과 만나는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 북한의 지도층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럿이 만날 때는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해도 들을 것 다 듣고 볼 것 다 본다. 튼튼한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교류, 협력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북한 사람들과 접촉 공간을 넓혀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변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다.

능력있고 똑똑한 386 많다

둘째, 봉쇄론자들의 두 번째 문제는 386 세대 전체를 친김정일 좌파로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다. 봉쇄론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386들의 민주화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허울 아래 주사파 공산주의 운동을 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물론 386 세대 중에는 민혁당, 중부 지역당, 혁노맹, 사노맹 등 주사파 및 공산주의 운동을 한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이 당시 학생 운동의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87년 6월 항쟁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산주의 이념이 확고해서가 아니라 당시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서 일어난 것이다. 80년 광주의 참상, 박종철의 고문 치사, 전두환 정권의 호헌과 장기집권 음모 등에 대항해 일어난 것이다.

물론 386들 다수의 정서에 평등주의적,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을 주사파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조선, 동아, 중앙 등 기성 신문들도 386 세대 전체를 친김정일 좌파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장민호를 포함한 일심회 간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기성 언론들은 이 간첩단 사건을 “386 간첩단 사건”이라 명명하였다. 386 전체에게 빨갱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386 세대들이 과거 박정희 등 근대화 세력들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그 과만 부각하여 과거를 부정하려 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386들의 많은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정확히 넓게 보고 있다. 역사와 사회를 좀 더 정확히 보는 386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결과 ‘북한 민주화 운동’을 선언한 386들, 뉴 라이트 386들, 뉴 레프트 386들이 속속 커밍 아웃을 하고 있다.

이제 386들은 어느덧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추 집단이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386들은 30, 40대 중견 간부가 되어 한국 사회의 여론 주도층이 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선진화와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이런 386 세대들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봉쇄론자들의 386 세대 배제론적 경향은 극복되어야 한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건강한 다수 386 세대들을 한국의 세계화, 선진화의 주역으로 참여시키고 나아가 북한 인권, 민주화 실현을 지지할 수 있게 포용해야 한다.

주사파는 강화되는 게 아니라 몰락중

지금 80년대의 주사파들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몰락하고 있다. 주사파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을 이끌었고 잠수함을 타고 가 김일성을 직접 만나기도 한 주사파의 대부 김영환의 말을 들어보자.

“1990년 전후 주사 이념이 확실한 사람만 1만여 명이 됐다. 동조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3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체사상이 확실한 사람은 100∼200명으로 추정된다. 동조하는 사람까지 합쳐도 몇 천 명이 넘지 않는다. 현재 주사파는 적게는 4개, 많게는 7개의 계파로 분류된다. 계파는 이론적 차이보다는 운동 전술의 차이에서 분화됐다. 이 중 한 계파가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고 있다. 주사파의 60∼70%가 민주노동당 계열이다.” (2006년 11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김영환씨 말대로 현재 주사파는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화되고 있다. 그것도 현격히 그렇다. 현재 확고한 주체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00명 이하이고, 그것도 주로 민노당에 몰려 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쪽에 주사파적 경향이 있었던 사람들은 참여 정부 기간을 거치면서 그나마 순화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도 찬성했고 한-미 FTA도 찬성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주사파 출신으로 의심되는 盧정권의 멤버들 가운데 그런 공개고백을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여전히 주사파들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실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국회의원들이나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자신의 과거를 숨기는 것은 공인으로서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이건 마땅히 비판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과거 80년대처럼 여전히 열렬한 김일성 추종자일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들이 북한 인권, 민주화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은 여전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간첩, 빨갱이로 몰아부치는 것은 더 많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는 이들 중 다수가 북한의 현실에 눈을 떠가고 있다. 그들이 북한 인권, 민주화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친북적이어서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김정일 정권 붕괴는 곧 북한 붕괴로 이어져 한반도가 큰 혼란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北 민주화 장애물은 친김정일 보다 ‘북한 무관심’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상대방을 잘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주사파들이 지금 어떻게 변해 있는지, 또 변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친김정일 세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완전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건강한 친민주, 인권세력, 친대한민국 세력들은 남한 사회의 적화 방지라는 수세적 전략이 아니라 북한 내 반김정일 세력 육성이라는 공세적인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햇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도 친김정일이라고 맥카시즘적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우려와 근거를 정확히 파악해서 비판해야 한다.

지금은 6.25 전쟁 직전 남로당이 판을 치던 그런 한국 사회가 아니다. 당시에는 북한의 남한 적화를 막는 봉쇄전략이 타당했다. 그러나 지금 수세에 몰려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아니라 김정일 독재세력이다.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반김정일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친 김정일 독재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다.

특히 2,30대는 북한 자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이들 세대들이 북한 인권과 민주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 젊은 세대들과 함께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야 한다. 남한의 적화 방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민주화라는 원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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