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나진항 개발, 정부 주도적으로 나서야”

북한 나진항은 동해를 통한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역할을 할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며, 이에 대비해 정부가 북한을 설득해 나진항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벌여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할 것이라고 백성호 동춘항운 회장이 8일 주장했다.

지난 2007년부터 유엔개발계획(UNDP) 자문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온 백 회장은 이날 남북물류포럼(회장 김영윤)이 ’동북아 물류체계 선점 전략과 나진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그동안 환동해권을 통한 해운이 미약했지만, 앞으로 그 잠재성은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발기하고 UNDP가 지난 95년부터 추진해 온 중국 훈춘-북한 나진-러시아 포시에트 사이 두만강삼각지대 개발계획(TRADP)사업이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동해 진출 시도와 러시아의 남진정책이라는 국가전략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1억 3천만 명의 인구가 있는 동북 3성의 물류와 관련, 기존에 총 13일이나 걸리는 서해 상의 다롄(大連)-부산-일본 니가타(新潟) 루트와 비교하면 하루 반밖에 걸리지 않는 동해 상의 러시아 자루비노-니가타의 새 운송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으며 포시에트 인근의 자루비노항을 제대로 개발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백 회장은 이어 “러시아가 북한과 지난해 8월 합작해 ’라진 콘트렌스’사를 나진에 설립하고 나진-하산 간(55km) 철도개량사업을 착공했지만, 추가적인 사업추진은 막연한 상태”라며 “러시아가 나진-하산 사업을 ’명목상’으로만 잡아 놓은 이유도 중국이 동해안에 출구를 만드는 것을 막겠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대신 오는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보스토치니항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북한도 지난 90년대 초부터 나선(나진-선봉)지구를 무역개방특구로 추진해 왔지만 별 성과가 없는 나진에는 이제 개발의지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며 대신 2002년 특구로 개발하다 좌절된 신의주 개발에 더 뜻을 두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백 회장은 그렇지만 “나진-하산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연결되는 구간은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운송의 최단거리이자 최소비용의 미래 운송망”이라며 중국이 훈춘 일대를 남방의 선전 개방특구처럼 개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만큼 결국 나진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역할을 할 시점이 멀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역외 항만개발에 관심 있는 우리 정부가 북한을 설득해서 나진항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으”며 경제성을 위해 나진항만, 철도.도로를 함께 개발하되 아직 중국과 직항로가 없는 일본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강조했다.

즉 나진-속초, 나진-부산 신항만을 연결해 미국과 유럽행 화물을 동시에 환적하고 러시아 극동 지하자원을 개발하며 중국 훈춘에는 한국 공단을 유치하면서 나진항 배후에 내륙물류기지까지 갖춰 나진항을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한편, 속초-자루비노-훈춘을 연결하는 항로에 카페리호를 운행하는 그는 국내 물류도 30t 중량 화물의 경우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12시간이 걸리는 반면 속초까지는 3시간밖에 안 걸린다며 속초 루트가 교통체증과 매연 등 국가적 손실을 줄여 ’녹색성장의 기초’가 된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