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후계체제 안착 대외여건 마련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최상의 공을 들임으로써 자신의 건강과 통치력을 내외에 다시 한번 과시하는 동시에 김정운(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내외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기반을 닦는 소득을 올렸다.

김정일 위원장은 4일 도착한 원 총리를 평양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당일 오후 평양 ‘피바다가극단’에서 가극 ‘홍루몽’을 함께 관람한 데 이어 5일 집단체조 ‘아리랑’을 함께 관람하고 ‘조중 친선의 해’의 폐막식에도 함께 참석한 뒤 원 총리의 숙소로 찾아가 면담하고 환영만찬을 열어줬다.

북한의 외교관례상 김 위원장이 중국의 2인자인 원 총리의 방북 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행한 것은 중국 국가 주석이 방북했을 때도 보기 어려운 전례없는 파격적인 예우였다.

공항 출영에서부터 시작된 김 위원장의 이러한 이틀간의 공개 동선은 원 총리의 방북을 동행취재하는 중국 언론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파되면서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들에게 그의 건강과 통치력의 건재를 재확인해주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

북한 입장을 대외적으로 비공식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을 묘사하면서 그가 환영식장을 “기운찬 발걸음으로” 가로질러 원 총리의 특별기로 다가갔다고 말하거나 그가 원 총리의 무개차가 공항을 떠나는 것을 전송한 뒤 “간부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모습”을 보여줬다고 표현한 것은 북한 당국의 의도를 엿보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소식지 열린북한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초 만성신부전증으로 환각증세까지 보였고 5월께부터 혈액투석을 받고 있으며, 뇌졸증 재발 위험과 함께 장기적 투석에 따른 신체적 부담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의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은 셋째아들 정은(정운)의 후계구도를 더욱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당국이 중국측에 정은의 후계내정 문제를 언급했거나 정은이 이번 원 총리의 행사에 김 위원장과 함께 동행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내부적으로 정은의 후계 당위성 및 우상화 선전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 대표단이 관련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 후계체제의 구축을 지휘하고 있는 장성택 국방위원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 5월 중국 지도부에 정은의 후계 내정을 통보하기 위해 방중했으나 지도부 면담을 못한 채 귀환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에도 김일성 주석은 1982년 방중해 후야오방(胡耀邦) 당시 공산당 총서기 등 중국 지도부에게 자신의 후계자로 김 위원장이 결정됐음을 공식 통보했고 이듬해 김 위원장은 후 총서기의 초청으로 처음 중국을 방문했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과 북한간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자고 했는데 직접적으론 경제원조 교환문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북중 협력 합의서로 구체화됐지만, 이것이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의 하나로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현 김정일 체제를 포함해 향후 후계구도, 권력승계 과정까지 북한을 지지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원 총리의 방북을 “조중친선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일반적인 북중관계 강화론을 넘어 예사롭지 않은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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