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군부대 전체에 군량미를 바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인들의 식량 약탈이 극심해지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월 초, (양강도) 갑산군 주둔 43여단 직속 구분대 군인들이 밤에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농작물 습격에 나섰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지어놓은 강냉이(옥수수)를 싹쓸이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양강도에서 43여단 군인들의 주민 약탈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더 노골적인 모습이다”고 말했다.
최근 약탈행위가 더욱 심해진 것은 북한 당국이 군인들에게 하달한 ‘올 가을부터 군량미를 바치라’는 지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당국, 全군부대에 ‘군량미 바쳐라’ 황당지시”)
북한 양강도 갑산군에 주둔하고 있는 43여단은 산악전과 야간전에 능한 ‘스키 경보부대’로, 유사시 도(道)안에 있는 김일성·김정일혁명사적지와 전적지를 보위하고, 후방으로 침투하는 적(한국)공수특전여단을 제압하기 위해 창설됐다.
43여단은 스키훈련을 참관한 김정일이 “마음이 든든하다”며 표창을 수여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이런 부대도 식량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간 약탈에 능숙한 부대로 전락한 셈이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배가 고파 도둑질하는 것은 괘씸하지만 그들을 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문제는 국가가 군인들을 제대로 입히고 먹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약탈행위들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군인들의 약탈행위는 ‘43여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 전역에서 군인들의 약탈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주민들은 군인들을 ‘토벌대’, ‘마적대’, ‘마흐노 부대’로 부르며 경계를 한지 오래다. 북한 당국이 인민군을 ‘인민의 군대, 정의의 군대’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그나마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군인들이 당과 수령에 대해 충성하는 흉내라도 냈지만 지금은 먹는 것과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여기(북한군) 병력이 백만이다, 이백만이다고 하지만 사실은 무지몽매하게 끌려 다닐 뿐 목적의식적으로 군 생활 하는 청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복 후 김일성은 땅을 준다면서 청년들을 6.25전쟁에 끌어냈는데, 이제는 북한 전체가 김정은이 땅인데 누가 무엇 때문에 충성을 할지 의문이 생긴다”면서 “최근 군대에 입대하는 청년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서울 은행들을 털어야겠다’고 말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군대에 대한 보급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군량미까지 군인들에게 떠넘기면서, 군 기강은 더욱 해이해지고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편, 마흐노 부대는 1917년 10월 혁명 이전 ‘차르 러시아’ 시대에 주민들을 약탈하던 악명 높은 부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