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장성택-오극렬 `투톱’ 세우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무엇보다 3남 정운으로의 세습후계 과정을 안정시키고 후계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하고 리영호 평양방어사령관을 총참모장에 기용한 데 이어 20일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기용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최측근들을 권력 핵심기구의 전면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발생 후 북한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오극렬 신임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김일성 주석과 `공동정권’을 유지하고 있던 시절 각각 당과 군부에서 김 위원장의 수족으로서 `김정일 체제’의 1등 창업공신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장성택과 오극렬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라는 꼭짓점을 매개로 맺어지면서 매우 돈독한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1984년생으로 26세에 불과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운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받들어 각각 당과 군을 책임지는 ‘투톱’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두 사람을 통해 후계자를 보호하면서 후계체제를 공고화하는 일을 맡긴 셈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이던 시절 김일성 주석의 측근들이 후계구도를 뒷받침했고 김 주석의 사후에도 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를 도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측근들이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을 보좌하면서 후계체제의 안정화 역할을 하도록 하는 포석일 것이라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일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등 유고가 북한의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북한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와 북한의 사전준비 등을 감안하면 급변사태 대비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후계구도가 완성됐을 때 어떻게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인지 대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부위원장의 전면 배치는, 그의 아버지가 김일성 부대원인 오중성이었고 북한군이 벌이는 ‘오중흡7연대 쟁취운동’의 주인공인 오중흡은 그의 당숙이라는 점에서 `만경대 가문’, ‘백두의 혈통’의 세습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오극렬 부위원장은 자식들 대부분을 김일성의 항일투쟁에 참여시키고 광복 이후에도 김 주석에게 충성을 다한 ‘오씨 가문’의 대표로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나이 어리고 경험과 경력이 일천한 후계자의 ‘정통성’을 보강하고 `대를 이은 충성’을 이끌어내는 데 이런 오극렬 부위원장의 지지와 지원만한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오극렬 부위원장을 포함해 최근 기용된 북한 군부 최고위층 인물들 모두 이번에 삼남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장성택 부장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오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장 부장과 호흡을 맞춘 측근이고,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6군단장 시절 장 부장의 지휘를 받아 6군단 숙청작업을 주도했으며, 리영호 총참모장도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10여년간 체육부 장관격인 조선체육지도위원장을 지내다 수년전 철직당했으나 이번에 국방위원회 참사로 복귀한 박명철도 장성택의 측근이다.

이에 따라 후계구도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장 부장의 영향력이 확대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오극렬 부위원장의 전면 배치를 포함해 최근 잇따른 북한의 군부 인사를 북한의 강경한 대남 정책과 연결시켜 남북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오 부위원장이 대남공작 전담 부서인 당 작전부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고,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리영호 총참모장 모두 `야전통’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관계에 갈등 요인이 있기 때문에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북한의 군부 인사는 남한과의 군사대결 대비를 주로 고려했기보다는 후계구도 등 큰 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방한하는 기상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후계문제를 거론하면서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도 후계 관점에서 보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 달성 목표와 그 시점은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후계구도를 완성시켜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기는 정치.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목표 시점이기도 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의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 운동과 오바마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 새로운 북핵 협상 등은 모두 안정적이고 유리한 후계 여건 조성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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