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자애로운 어버이’ 이미지에 잔칫상 애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애로운’ 이미지로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애용하는 방법에 생일상(床)이나 결혼상이 있다.

북한의 대내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23일 김 위원장이 75회 생일을 맞은 평양 금성학원 교사 김초심씨에게 “은정어린 생일상”을 전했다며 “노력영웅, 인민교원, 공훈예술가인 김초심은…지난 36년간 평양학생소년궁전과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금성학원에서 음악교원으로 일하면서 이름있는 성악가수를 수많이 키워낸 공로 있는 교육가”라고 소개했다.

같은 날 중앙방송은 가족이 모두 군에 복무해 ’군인가정’으로 불리는 엄복순씨 가족의 맏딸 결혼식에 김 위원장이 결혼상을 보냈다며 엄씨의 가정이 “부모와 아들딸 모두 혁명의 총대와 함께 참된 삶을 빛내 나가는 우리 시대 가정의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이처럼 ’공로’가 있거나 체제가 지향하는 이념에 충실한 인물과 고령자를 중심으로 ’축하상’을 차려주고 있는 사실을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결혼상을 받은 사람중에는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2006), ’마라톤 여왕’ 정성옥(2001) 등도 있다.

올해 80세가 된 북송 비전향장기수 송상준씨와 90세의 방재순 류한옥씨, 각 지역에서 100세를 맞은 김부용 한승명 유도순 표원준 김장옥 할머니 등은 김 위원장이 주는 생일상을 받았다.

아주 고령이 아니더라도 칠순을 맞은 국가과학원 석탄채굴공학연구소의 정봉교 교수와 윤성식 전 4월혁명연구소장(1998년 월북), 함경남도 단천시 룡양광산 7호굴착기 리승학 소대장, 평양 만경대구역 연료사업소 강인화 지배인 등과 같이 북한 체제와 이념에서 모범이 되는 주민들은 칠순 잔칫상을 받기도 한다.

과거 왕조시대 임금이 하사는 각종 잔칫상을 연상케 하는 김 위원장의 축하상은 고 김일성 주석이 80회 생일을 맞은 1992년을 전후해 북한의 언론매체에 등장한 뒤 김 주석의 사망으로 1994년 그의 시대가 열리면서 김 위원장의 주요 ’대민(對民)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김 주석과 마찬가지로 주민에게 각종 선물과 생일상을 주는 것은 ’자상한 어버이 수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리더십 확보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승철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생일상은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골고루 전달된다는 점이 강조된다”면서 “이를 통해 아래부터 위까지 골고루 헤아리고 섬세하게 배려하는 어버이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에서 환갑이나 칠순에 큰상을 차리는 것은 부와 명예의 척도가 된다”며 “당국은 이러한 주민들의 관심사, 희망사항을 김 위원장이 직접 챙겨준다는 점을 알려 지도자에 대한 칭송과 충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생일상은 떡과 한과, 삶은 닭, 술, 고기, 과일 등으로 이뤄진다. 북한에서 육류와 과일이 제대로 올려진 생일 큰상을 차리려면 수만원이 들어 평균 월급이 3천원정도인 일반 주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김승철 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상을 받을 ’생일자’는 보통 지방 당국에서 선정해 중앙에 보고하지만, 김 위원장이 현지시찰을 하면서 직접 지시해 내리기도 한다.

그는 “생일상이 전달되는 곳에서는 한바탕 축하 행사도 갖는다”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집단주의 사회인 북한에서는 전체 사회를 대(大)가정으로 보고 어버이 수령인 지도자가 자식인 인민을 보살핀다는 인덕정치를 강조해 내부 결속을 다진다”며 “김 위원장의 잔칫상은 유교에 바탕한 왕조시대의 통치 방식을 사회주의에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선물과 생일상 등을 마련하는 자금은 조선릉라888무역회사(전 금수산의사당 경리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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