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다자대화 복귀”..北核 새 국면 돌입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관련 문제를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통해 풀 용의”를 밝힘에 따라 북핵문제가 새로운 협상국면으로 신속하게 진입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과 다이 특사간 18일 면담 뒤 북한 매체들은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으나 중국측은 신화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말을 신속히 전했다. 신화통신은 특히 다이 특사를 직접 인용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의중을 짐작케 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자신들의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절대 불참’을 외쳐왔으나 김 위원장의 ‘다자대화 용의’ 표명으로 이를 사실상 철회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목표 재확인과 ‘다자대화 용의’는 특히 미국이 북미 양자대화를 개최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6자회담 복귀 약속 등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서 이르면 내달초라도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전망이 커졌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과 다이 특사간 이날 면담은 북한이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면담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 서울에 파견한 특사 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으로 이어진 외교적 전환공세를 일단락하고 실질적인 협상국면으로 새로 진입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대한 북한의 초청을 수용하기로 한 것 자체가 이미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라며 “형식 자체는 과거 형태가 유지될지 알 수 없지만 사실상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입으로 ‘다자대화 용의’를 밝힌 만큼 미국은 북한과 양자대화에 응하고 그후속 조치로 북한도 참가하는 다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7월 북한이 베이징에서 미국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6자회담에 복귀했던 것이나 2007년 1월 베를린에서 역시 북미 양자회담을 갖고 6자회담에 돌아온 것과 마찬가지 양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6개회담 참가국엔 변동이 없더라도 6자회담이라는 표현 대신 다자회담 등 다른 이름을 쓰려 할 수 있다”며 “6자회담에 절대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이 특사가 ‘다자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의 이러한 선회는 우선 북한 내부 정치적 수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 올해 1월 셋째 아들인 김정운(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에 유리한 대외 환경 조성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지난 4, 5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를 통해 당.군.정의 지배체제를 정비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으로 대내외에 군사적 억지력을 과시한 것도 대외 위협 목적보다는 이런 관점에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 위원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8월 들어 남한과 미국에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펼치며 대외 여건조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6가지 인센티브를 지적하면서선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첫 번째 인센티브가 될 수 있고 북미 수교가 당장 힘들 경우 외교적 관계를 갖지 않으면서도 대표부를 두고 있는 쿠바와 같은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후계문제로 내부정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안보적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후계체제 구축과 맞물려 있는 것이지만 북한의 경제적 필요성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북한은 후계체제의 등장이 예상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고 ‘150일 전투’에 이어 ‘100일 전투’를 계속하는 등 경제회생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나 ‘자력갱생’ 원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핵실험 이후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부터 탈피하고 각종 지원과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현재와 같은 외교적 상황을 지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대외적인 위협을 통해 후계체제 명분을 만들어 밀고 나갔다면 이제는 실리로써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결과를 내놓아야만 내부적으로도 후계구도가 안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다이 특사와 면담을 통해 다자대화 복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공세적 외교행보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3자든, 4자든, 6자든 다양한 형태의 대화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과 대화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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