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국제사회에 ‘건재’ 과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그와 만찬을 함께 갖는 등 장시간 공개행보를 통해 자신의 건강과 건재를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그는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재기하긴 했으나 올해 1월 셋째 아들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그후 공개된 동영상 등을 통해 몸과 얼굴이 매우 수척해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해선 최근까지도 심각한 중병설 등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워싱턴타임스는 지난달 ‘북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건강으로 인해 앞으로 1년 정도 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그가 “최근 서양 의약에 따른 치료를 포기한 채, 한약과 비전통적 요법 등 동양 의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토대로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북한의 양자회담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것이 김 위원장의 조기사망론에 근거해 북한의 ‘급변사태’에 더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또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와병 이후 “특히 노여움이 많아지고 화를 잘 내며 부정적인 보고에 참을성이 적어진다는 관측이 있다”며 “프랑스 등 일부 외국 의사들은 조심스럽게 환각증세설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갖고 “폭넓은 의견교환”을 가짐으로써 이러한 국제사회의 관측을 상당부분 잠재우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그의 외관과 어조 등을 통해 제3국 정보나 간접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인의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였지만, 북한으로서도 그의 건강상태를 외부에 과시하는 기회였던 셈이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4일 오후 전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외형적 건강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여전히 과거보다 수척하거나 머리숱이 줄어든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등에선 북한을 통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에는 사진을 촬영할 때 조명 효과, 각도 효과 등도 작용했을 수 있고, 사진에 손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비교적 긴 시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핵문제와 북미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북한의 입장과 논리를 자세히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신, 육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외부에 과시하는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이 중요한 자리라고는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과 정신적 상태가 형편 없다면 북한이 양자간 만남 자리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통치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월 방북했던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김 위원장 면담 결과를 토대로 김 위원장의 통치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일본 등 주변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해 보이지는 않지만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재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부수입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