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공백 관리자로 장성택 주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짐에 따라 발생한 김 위원장의 업무공백은 당장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김 위원장의 사실상 네번째 부인인 김옥 국방위원회 과장이 메우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주요 조직이나 기관이 김 위원장에게 병렬로 직할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회로서,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처럼 최고 지도자의 유고나 변고 때 공식 서열순으로 업무를 대신하는 체제가 아니다.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주요 통치기구인 국방위 제1부위원장, 혹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통치 기구의 공식 실세들이 대신해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가장 신임하고 권력층이 공감하는 인물에 무게가 실린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10일 “장성택 부장은 주로 국정운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을 보좌하고 김옥은 김 위원장의 병간호를 하면서 국정을 보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옥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업무를 보좌해 오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상황에서 그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주력하고, 김 위원장의 사인이 반드시 필요한 중대 사안을 제외하고는 장성택 부장이 김 위원장의 업무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 부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가 2004년 초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기도 했지만 2년여만에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작년 10월 신설된 당 행정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권력의 중심에, 실질적인 2인자로 부활했다.

장 부장은 김 위원장의 유일한 형제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데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커서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였고, 이런 현상은 김 위원장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져 김 위원장의 견제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복귀해 2인자로 군림하곤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작년 장 부장을 행정부장에 임명하고 절대적인 권한을 준 것으로 안다”며 “연로해가는 김 위원장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친인척인 장 부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대남사업에 관한 권한을 상당히 부여하면서 “웬만해서는 김양건 부장이 알아서 결정해 처리하되, 아주 중요한 사안은 장성택 부장과 논의해서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장 부장은 북한의 고위층이 김 위원장 대신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일인지배 체제가 유지돼온 만큼 북한 고위층은 김 위원장과 가족적 연관이 없는 인물이 김 위원장을 대신하는 데는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고위층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오랫동안 북한 권력의 2인자로 신임을 받아왔을 뿐더러 김 위원장의 친인척인 장 부장 외에는 북한 고위층이 김 위원장을 대신할 인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부장도 아직은 모든 사안을 자의대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장 부장이 결정할 수 있지만, 아주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미뤄둘 가능성이 높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1990년대 초 낙마했을 때 수개월간 국정업무가 `올스톱’된 상황이었다”며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문건은 비준을 받지 못한 상태로 몇개월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고위층 탈북자들은 “북한이 김정일 일인지배 하에서 그에 따른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당장은 김 위원장의 막강한 신임을 받는 장성택 부장 같은 인물의 지휘에 따라 조직과 기구들이 종전처럼 정상적인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앞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 더 악화돼 비상상황이 되더라도 국방위원회나 노동당 중앙위, 군부 같은 집단지도체제보다는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은 장 부장 같은 인물들이 서둘러 후계자를 선정해, 그렇게 선정된 김 위원장의 후계자”에 의해 운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