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재앙’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지역을 방문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김정은이 신변안전 문제 등으로 시찰하지 못하게 되면서 최룡해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에 최룡해가 회령시에 왔다갔고, 수해 피해를 크게 본 다른 지역도 돌아보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만나지도 않고 해당 간부들만 만나 여러 가지 지적만 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최룡해는 다른 지역의 실적을 들어가며 ‘회령시가 일을 가장 안 했다’고 비난한 것”이라면서 “또한 ‘이달 27일까지 살림집 벽체건설을 무조건 완공하라’고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최고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고조되고 있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룡해를 파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최근 김정은이 이번 홍수로 떠내려간 무기가 많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수해 지역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김정은이 최룡해를 내세운 건 주민들 속에 자리 잡은 ‘2인자’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본인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에는 외부가 아닌 내부 특사의 역할을 맡은 격이다.
그러나 소식통은 “입소문으로 최룡해 방문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고위간부가 지도사업을 내려와서 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어린 아이도 할 수 있는 지적질 뿐이었냐’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김정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간부에게 질책한 건 아래 단위에게 ‘책임 씌우기’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면서 “나중에 신문 등을 통해서 ‘당은 인민의 편에 섰지만, 간부들의 잘못으로 수해 복구 사업이 잘 되지 않은 것’이라는 핑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룡해 방문이 오히려 주민 불만 해소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위 간부의 지적을 받은 하급 간부들이 주민 동원 강화로 ‘지시 관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만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현재 동원된 군인들로도 살림집 건설은 충분한 거 아니냐”면서 “최룡해 때문에 땔감과 식량 마련으로도 벅찬 주민들이 동원에 달달 볶이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건설 현장에 동원돼야 하고 조직별 인원 점검을 받아야 한다”면서 “최룡해는 실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준 게 아니라 오히려 고단함만 선물하고 간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