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양건 방남, 남북관계 발전 7년 ‘실감’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29일 방남은 2000년 9월 김용순 당시 노동당 비서 겸 통전부장의 방남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과 상호신뢰를 실감케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김양건 부장은 고려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내렸던 김용순 전 비서와 달리 이날 경의선 도로를 이용함으로써 남북 고위급 인사의 왕래가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용순 일행은 귀환할 때도 전세기편을 이용할 계획이었다가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문점을 경유한 육로를 택했지만 이번엔 입.출경 모두 사전에 육로로 결정됐다.

김양건 부장이 이용한 경의선 도로는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연결된 길로, 지난달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달린 방북길이기도 하다.

김양건 부장 일행의 방남 일정이 산업시설 시찰에 집중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00년 김용순의 방문 때는 둘째날 제주도의 민속자연사박물관, 항몽유적지, 한라산에 이어 다음날 포항제철, 경주문화엑스포, 불국사 등을 둘러봤다.

당시 산업시설 시찰은 포항제철소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첫날부터 인천의 송도 신도시를 방문하고 이튿날 거제도 대우조선소, 부산세관,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포항제철소 등 ‘경제 현장’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1일에도 노 대통령 예방에 앞서 경기도 분당의 SK텔레콤을 찾을 계획이다.

김양건 부장의 이러한 일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영일 내각총리의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 순방과 더불어 북한의 개방 및 경제재건 노력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김양건 부장외에 통전부의 최승철 부부장, 원동연 강수린 실장, 리 현 참사 등 북한의 대남라인 실세들이 통일부와 국정원 관계자들을 오가며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지난 7년간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교류.협력사업이 구체화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통일부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돼 2000년 당시처럼 국정원이 상대역을 도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은 이번에 김양건 부장을 공동초청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2000년 이후 남북이 논의하거나 협의해야 할 현안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과 함께 남북관계가 공식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양건 부장의 이번 서울 방문은 정상회담 뒤 합의의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도 7년전 김용순의 특사방문 때와 다르다.

남북정상선언의 후속 조치를 위한 제1차 총리회담 후 평양과 금강산에서 각각 국방장관회담과 적십자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김 부장의 방남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관리하고 관계 진전의 속도를 더하기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부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남북 정상이 실무차원을 넘어 간접 대화 형식으로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뜻도 있다”면서 “김 부장은 공식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은 아니지만 방문기간 핵 불능화, 종전선언 등 한반도 정세관련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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