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양건 방남결과, 핵·북미관계 반영 주목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2박3일간의 남한 방문 일정은, 정상회담 후 지난 두달간의 합의 이행 현황과 앞으로 예상 상황에 대해 남북 정상이 간접 점검하고 논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부장의 방남 목적중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북측의 관심은 분명히 드러났고, 남.북 당국도 이 점을 부각시켰다.

김 부장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회담에서 ‘2007남북정상선언’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경협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경협 촉진 방안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이는 김 부장의 일정 속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도착 첫날 인천 송도경제자유지대를 방문해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벨트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 공감을 나타냈고, 이틀째는 안변 조선단지사업을 추진하는 대우조선소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됐을 때 물류항이 되는 부산 세관 등을 둘러봤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다양한 경협사업에 합의해 놓은 상황에서 북측의 대남정책 책임자로서 경협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부장은 1일 남측의 각계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만드는 만큼, (경협사업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부장의 방남 목적가운데 핵심일 수도 있는 정치분야에 관해선 남북 당국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김 부장의 방남은 시점상, 종전선언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1차 논의가 이뤄진 후이고, 북한의 핵 신고 문제가 비핵화 과정의 전도를 결정할 중대고비로 부각되고 있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점으로 인해 특히 주목됐었다.

2000년 9월 김용순 통전부장의 방문 때는 7개항의 합의서가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합의서 발표도 없었다.

추측 단서는 있다. 노 대통령이 김양건 부장에게 “북한이 6자회담에서의 진전을 꾸준히 달성해 가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 접근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러한 노력은 남북정상선언의 차질없는 이행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위해서도 비핵화 진전과 북미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이재정 장관은 김양건 부장과 회담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종전선언에 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회담에서 상황에 대한 이해는 있었다”며 “그 문제는 결국 북측과 미국측 사이에 진전돼 나갈 과제인 만큼 북측은 미국측 입장이 무엇인지, 미국측은 북측 입장이 무엇인지 타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김양건 부장이 종전선언은 외무성이 다루는 것이며 자신이 다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으나, 종전선언에 관해 한.미간 논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 남측의 조언이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내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미는 이미 지난달 초 송민순 외교장관의 방미 때부터 거론됐던 것이지만, 김양건 부장이 남측을 다녀간 후이기때문에 김 부장의 방남을 통해 파악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장이 미측에 전달될 기회이기도 하다.

김 부장이 방문 마지막날인 1일 남쪽의 각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남쪽 민간부문의 생각을 직접 청취한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이 간담회엔 이재정 통일장관도 동석, 남북 각각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수장들이 공동간담회를 갖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측으로 보면, 김 부장의 서울 방문은 대선의 한복판에 있는 남한의 최근 정세를 현장에서 탐색한 기회이기도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의 정세가 무척 궁금했을 것”이라며 “김 부장으로서는 남한을 방문해 직접 보고 듣고 싶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김양건 부장의 서울 방문을 통해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이행궤도에 확실히 진입하고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을 보충하려 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장의 방남 과정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내년 서울 방문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정 장관은 김 부장과 이번 방문을 종결하는 자리를 가진 뒤 “방문기간 논의된 내용들이 다음 정부에서도 잘 이행돼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김 부장의 남한 방문 일정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일정이 예정에서 이탈한 경우가 많아 남북관계의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역주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예방이 당초 1일로 예정됐다가 지난달 30일로 당겨졌고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의 회담도 일정에 잡혀있다가 취소됐다.

게다가 산업시설 등의 시찰을 제외하고 회담이나 만찬 등 대부분의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 것에 대해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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