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급변 대비 한미일중 비공개 전략대화 필요하다

▲ 지난 3월 부산항에 입항했던 美 항공모함 레이건 호 ⓒ연합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북한체제가 90년대 식량난 이후 전체적으로 와해되고 있으며 또 포스트 김정일 체제도 전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확립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김정일은 후계 준비를 끝냈지만 현 김정일 체제 하에서는 전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또 김정일도 권력 누수를 우려하여 후계체제 논의조차 금지시키고 있다.

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최근 10여년 동안 북한의 군부, 관료 사회에는 부패가 만연되고 있으며 인민들의 북한 정부에 대한 이반은 심화되어 왔다. 때문에 김정일의 유고 시 북한은 급격한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북 급변시 동북아 질서도 혼란 초래

만약 김정일 유고가 발생한다면 북한 내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주변국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정일 유고 후 북한 내 극심한 혼란과 인도주의 참극,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정일 후계체제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군부 실력자들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다. 내전으로 인한 무질서 속에서 각 지방에서는 인민들이 그동안 누적된 간부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여 각종 민간 테러가 발생한다. 국경통제 기능은 마비되고 국경 경비대들도 포함된 대량 탈북이 압록강과 두만강 전역에서 시도된다. 동해안 쪽 주민들은 일본과 한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앞다투어 배를 확보하려고 이전투구에 돌입한다. 휴전선 일부 병사들은 내전을 피해 남한으로 탈출하기 위해 DMZ에 폭탄을 투척하여 지뢰를 제거하려고 한다. 북한 전역이 내전, 무질서, 테러, 보복으로 무정부상태에 빠져 든다.”

예상 시나리오 중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본 것이다. 국가 안보란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은 항상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은 언제든지 실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는 한국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대량 탈북은 가장 먼저 중국에게 큰 위협과 불안이 된다. 일본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도 북한의 급변 사태는 동북아의 질서의 급격한 재편을 가져 오기 때문에 방관만 하지는 못한다.

한-미 연합사가 해체되더라도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동맹군으로서 여전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은 급변 사태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도 중국이 김정일 유고 후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에 진주하거나 아니면 북한 군부 내 친중 세력을 교사하여 북한을 중국의 위성 국가화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또 한국과 중국은 혹시 일본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맞아 자국 안보를 핑계로 군사 팽창주의 노선을 합리화 하려 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 즉 북한의 급변사태는 동북아 국제질서의 급격한 재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변국, 공통의 계획 갖고 있어야

따라서 북한의 주변국들, 특히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다양한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각자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독계획은 주변국의 반대로 실행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반대하지 않는 공통의 계획만이 실행 가능한 유일한 계획이다. 북한에 내전 발발 시 그 내전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질서를 유지할지, 북한 내 치안은 어떻게 유지할지, 북한의 대체정부 구성은 어떻게 할지 이 모든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안을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한국은 먼저 미국과 그 계획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인만큼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나 일본과 먼저 협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드시 미국과 먼저 합의안을 만든 뒤 일본, 중국 순으로 협의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급변사태 대비 시나리오 협의는 철저한 비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 사안의 극도로 예민한 만큼 이 내용이 공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에 유엔 안보리가 개입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얼마나 신속히 개입하여 북한을 안정시킬 것인가이다. 유엔 안보리의 신속한 개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 중국 등이 적극적으로 나
서야 한다.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개입을 위해서도 미국,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 급변사태에 대비한 정부간 비공개 대화를 바로 시작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신 급변사태를 주제로 한 학술, 전문가 토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정부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의견을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공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북한의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곳은 한국이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 급변사태와 이로 인한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국익이 치명적인 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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