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장관이 최근 국회에 출석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중국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 조치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한국군이 북·중 국경지역까지 주둔해 직접 북한 난민 문제를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씽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4일 RFA와의 인터뷰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한다면 공중 타격부대를 비롯한 한국군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까지 진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관측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군은 이런 임무를 수행할 대규모 병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또한 현재 한국은 이런 경우까지는 상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난민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에 진입할지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 특수군의 정찰부대가 영변의 핵시설 주변으로 투입될 것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럴 경우 한국과 중국의 군대가 서로 공격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양국간 충돌을 막고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한·중의 상호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넷 박사는 한·미·일 세 나라 사이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고 후계자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논의하고 대응조치를 조율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며 “북한의 급변사태 때 중국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중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들을 보면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때 약 300만명의 북한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 시 수많은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크게 꺼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북한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집단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런 무기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개입을 유발할 수 있다”며 “최근 북한의 식량난으로 북한군에도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북한 군 내에서) 이 때문에 불만이 높아지고 여러 마찰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그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한국과 맞닿은 국경 쪽보다는 중국 쪽 국경과 가까운 위치일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남쪽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중국 쪽 방향인 북쪽과 서쪽으로도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으로서가 아니라 그 시점에 북한에 들어서 있는 정권이 중국에도 강력한 대응(strong action)을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중국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핵무기가 유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