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급변사태 준비 없는 통일 ‘대박’ 아니다

“통일은 대박이다” “북한은 블루오션이다”


참 듣기 좋은 말이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라 가슴을 뛰게 만든다. 2014년 들어 대한민국의 가장 크고 새로운 이슈는 통일인 것 같다. 중앙일간지들은 앞다퉈 통일에 대해 특집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통일논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돈을 위한 통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작 통일의 주체인 사람의 통일에 대해서는 볼만한 기획기사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사람의 통일에 앞서 제도적인 통일, 정치적인 통일도 필요하겠지만 이 모든 통일이 성공하려면 사람의 통일 논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후견인이었던 장성택 처형으로 김정은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고 만약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북한 권력층 간의 불안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각종 국가적 건설 사업 등으로 통치자금 고갈, 주민들의 불만증폭, 외부정보 유입 확대 등으로 북한체제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장성택 사건의 주요 원인은 생존 자금 고갈로 인한 권력층 간의 갈등과 충돌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고 체제를 안착화시킬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능력이 있는 중국은 현재로선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권력층들이 김정은에 충성을 다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 내부에 급변사태의 모든 요소가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지식, 능력이 전무한데다 주관적인 집착과 열등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난 2년간 성과 한번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이 자신의 방패 역할을 해주던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공교롭게도 김경희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건강이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희의 위독설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달아나게 했다’는 것처럼 죽은 장성택이 김정은을 몰락의 길로 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상황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도 북한 김정은 체제의 내구력 저하로 향후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전적 의미에서 급변사태는 어떤 상황의 급속한 변화를 의미하지만 북한 급변사태는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는 북한 지도자와 권력의 교체, 그로 인한 북한 내부의 정치, 군사, 사회적 혼란과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주변국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면 남북통일이 되겠지만 나쁘게 진행되면 한반도의 영구분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주장이 되풀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급변사태로 인한 남북통일을 결코 조용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방향키는 바로 북한의 군부와 권력층이 갖고 있다. 아직 북한주민들이 급변사태 발생시 정치적 상황을 자신들이 원하고 남한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생각도, 의지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엘리트나 지식인, 주민들은 남한과의 통일을 원하겠지만 그런 기대나 바람이 동력을 갖기에는 북한의 현실이 열악하다.


결국 북한의 현 기득권이나 급변사태시 급조된 신(新) 기득권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이와 관련해 남한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남한에 의해 통일되면 북한사람은 남한의 머슴(하인)이 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고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평양이고 평양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위신 있게 살고 있다. 급변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북한의 권력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실하게 유지해줄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주변국 중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에서 유리한 쪽이 중국이고 실제로도 가장 빠르게 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20일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만났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떤 원인으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1961년 체결된 ‘중조우호합작호조조약’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자동개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주민과 권력층의 선택에 따라 통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지만 현재까지는 북한 기득권이 북한주민의 의사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급변사태의 의미는 아주 복잡하고 모호하고 남한에 유리한 요소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남한정부는 북한주민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통일이 되면 북조선이 남조선만큼 잘 살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삐라 한 장 북한에 보내지 않았다.


북한 주민은 “평안하고 잘살게 될 것이라는 통일”을 원하는 것이지 “남한사람 밑에서 일하는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북한의 삶의 방식이 더 편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현시점에서 급변사태의 방향키를 조종할 능력이 남한, 대한민국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눈앞에 다가오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정치권)는 북한주민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는가? 북한주민의 마음을 움직이려 노력했는가? 투자했는가?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한 권력의 눈치를 보았지 북한인민의 위해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인 적이 없다. 단 한번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급변사태가 몇 번을 일어나더라도 대박이나 블루오션을 안겨줄 통일이 되기 어렵다. 지난 시기 남북관계, 소위 화해협력은 권력자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권력 간의 화해협력이었지 국민과 북한 인민 간의 화해협력은 아니었다. 통일이 대박이나 블루오션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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