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와병설’과 관련, 정부가 국회에 제대로 정보 보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김정일 와병설’과 관련한 의원들의 잇단 질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그간 여러 번 제기되었던 사실로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해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유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9·9절 행사에 불참함으로 건강 이상설이 크게 부각됐고,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며 “외교부 차원에서는 관련국들과 외교적 접촉을 강화하는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한반도 정세 및 북한 핵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북한의 위급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느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질문에 “이 문제는 남북관계 뿐 아니라 안보에 미치는 중대한 문제로 관계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오래 전부터 마련해왔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 문제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고, 국민의 알 권리와도 직결된다”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번 주에 국무부로부터 김정일과 관련된 특별보고를 받는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일주일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느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도 “장관은 외통위원들이 알아야만 하는 사항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통일부 장관도 외통위 회의에 출석해서 의원들의 질의에도 하루 종일 모른다고 답했지만 결국에는 그 날 점심 신문에 다 나오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북한의 일에 대해 미 국무부는 의회에 가서 모든 얘기를 다 할 수 있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우리 정부로부터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현실에 어이가 없다”며 “정보수집체계나 위기대응체계에 대해서는 비공개 형식을 취해서라도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 정부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너무 늦은 대응이 아니냐”며 “국방부의 ‘작전계획 5029’도 10년 동안 병실에 누워 있다가 100m 달리기를 갑자기 하라는 식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그 자체가 민감한 문제고 여러 가지 정보가 나오지만 출처를 보호하는 것이 하나의 원칙”이라며 “남북한 관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고 크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재차 답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참여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탈북자 송환과 관련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해외공관에서 돈이 모자라서 탈북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없게 유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