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권력층, 후계구도 불투명에 긴장속 보신주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16일로 만 66세가 되면서 북한의 후계구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북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북한 권력층도 아직 갈피를 못잡고 긴장속에 촉각만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의 장남 정남(37), 차남 정철(27), 삼남 정운(24). 김 위원장은 그러나 여전히 후계구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남은 중국에 거점을 둔 채 북한을 들락거리고 있고 정철, 정운 역시 무직자에 불과하다.

이들중 누가 후계자가 될지 잘 판단해 줄을 잘 서야 자신의 권력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북한 고위층은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 아들중 누구에게도 줄을 서지 말고 모두에게 잘 보이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는 판단아래 보신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 정운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사망)씨가 생존해 있을 때만 해도 이들중 한명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고위층 사이에서 강했다. 정철, 정운중 누가 되더라도 친형제이니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군부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일부 측근은 고씨를 가리키는 ‘평양 어머니’의 우상화에 나서는 등 고씨의 아들중 하나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북한 사회지만 퍼스트 레이디인 고씨가 살아있는 한 장남 정남의 후계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씨의 사망 이후 판세가 달라져, 세 아들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장남인 정남의 후계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력한 후견인이었던 생모의 사망 이후 정철, 정운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했고, 생모의 영향을 받아 정치적 성향이 누구보다 강했던 삼남 정운은 과음하거나 울분을 토하는 일이 많았다는 전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북한 권력층에서는 누구도 후계자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아직 후계자가 정식 거론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느 한명에게 줄을 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권력층은 정철에게 줄섰다가 정운이 되어도 문제이겠지만, 특히 정철이나 정운에게 줄섰다가 해외에 있는 정남이 돌아와 후계자가 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후계구도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북한 권력층은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이 작년 당 행정부장으로 등용돼 실력자의 지위를 되찾으면서 장 부장과 막역한 사이인 김정남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권력층이 이처럼 후계구도에 민감한 것은 고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 내정 당시 잘못된 줄서기가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목격한 경험이 생생하기 때문.

김 주석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이복동생 김평일(현 주 폴란드 대사)간 싸움에서 승자인 김 위원장의 세력은 오늘날 북한 권력층의 핵심이 된 반면, 김평일과 그의 생모 김성애 전 민주여성동맹 위원장, 그리고 그들의 추종세력은 권력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일부는 정치범수용소행 신세가 되거나 일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추방당하기까지 했다.

대외무역을 위해 중국 등 해외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층 내부의 긴장에 관한 각종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한의 역사 드라마가 북한에서도 인기를 끄는 가운데, 작년 남한에서 히트했던 ‘주몽’이 씨디(CD)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김 위원장의 세 아들간 후계경쟁을 주몽과 그의 이복형들간 왕권 쟁탈전에 비유하기가 유행하고 있다.

금와왕에 김 위원장을, 금와왕의 장남 대소왕자에 정철, 차남 영포왕자에 정운, 대소.영포의 이복동생 주몽에 장남인 정남을 각각 대입시켜 보고 있다는 것.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신세대들은 남한 역사드라마 속의 인물에 북한의 권력층 인물들을 비유하기를 즐긴다”며 “그중에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역사드라마인 주몽의 인물구도는, 비록 장남과 삼남이 바뀐 관계이긴 하지만, 정남과 그의 이복동생들간 후계 경쟁 구도의 비유 대상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됐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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