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권력층 ‘조선뇌물공화국은 영원하라’

▲ 북한의 여권 ⓒ데일리NK

9월 15일 중국 지린성(吉林省) 반스(磐石)시에서 2달 동안 중국의 친척방문을 온 최모(48, 황해북도 사리원 거주)씨를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의 여권을 보여주며 “40년치 노임(월급)과 맞먹는 증명서”라고 말했다. 일반 주민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40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한다. 한마디로 외국에 나가지 말라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치나?

2가지 절차가 필수적이다. 서류제출 전의 비공식적 절차와 공식적인 서류수속 절차를 거친다. 비공식적 절차에서는 무엇보다 담당 보위원과 ‘좋은 관계’를 맺어놔야 한다. 공식 서류수속을 통과하려면 담당 보위원 승인이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서류수속 과정에서도 시, 군(郡) 보위부 외사과 지도원과 ‘관계개선’을 해야 한다. 관계개선이란 ‘뇌물’을 말한다. 이것이 필수적이다.

-보위원들에게 어느 정도 뇌물을 줘야 하나?

내 경우에는 보위원이 두 가지 조건을 내놓았다. 북한 돈 100만 원(400달러 이상) 정도의 현금 또는 가전제품을 가져오라는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서류제출에 필요한 요청서다. 요청서란 중국 친척들이 보내온 상봉을 요구하는 동의서나 편지를 말한다. 편지는 중국에 있는 친척들의 환갑 또는 결혼식 등 대소사에 초청한다는 내용이 가장 무난하다.

담당 보위원은 이 요청서를 시, 군 보위부 외사과에 보낸다. 이때 외사과 지도원에게 또 100만원 정도 뇌물을 줘야 한다. 그러면 담당 보위원과 외사과 지도원이 내가 중국친척방문 대상이 된다고 합의토론이 성사된다.

외사과 지도원은 합의토론을 할 때 나에게 북한 돈 100만원(약 400달러) 어치의 뇌물을 요구했다. 이 뇌물을 주지 않으면 외사과를 통과할 수 없다. 여기까지가 비공식 절차다.

그 이후에 외사과 직원이 나의 이력과 가계(호적) 작성서류를 준다. 서류에 부모, 중국 친척관계, 본인의 현직생활 및 가정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제출한다. 외사과 지도원은 이 제출서류를 인민보안서 주민등록과를 통해 재확인하고, 내가 다니는 기업소 당 비서, 행정 책임자의 동의를 거쳐 시, 군 보위부장의 수표(사인)을 받는다. 수표를 받을 때 보위부장과 담화(면담)를 해야한다.

여기까지의 절차가 끝나면 국가보위부로 서류가 올라간다. 국가보위부는 이 서류를 재확인하고 북한측 비자(출국허가)를 승인한다. 그리고 중국당국으로부터 본인의 친척들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중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내준다. 이렇게 양쪽의 비자가 나오면 여권이 내 손에 쥐어진다.

비자 수수료는 30유로, 북한 돈으로 24만원(약 100달러)이 든다. 북한 근로자들의 월급 2천원에 비하면 12년 이상 먹지도 입지도 않고 모마야 하는 돈이다.

지금 북한 근로자들은 2천원의 정상 월급도 받지 못한다. 24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마련하기는 정말 어렵다. 여기에 담당 보위원과 외사과 지도원이 개인적으로 요구하는 뇌물(도합 8백달러 이상)까지 합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반근로자 40년치 월급에 달한다.

-여권 발급까지 기간은 얼마나 되나?

빨라도 3개월 늦으면 6개월 이상이다. 이것도 뇌물 없으면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온나라가 ‘조선뇌물공화국’이다. 이 때문에 권력층들은 체제가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함경북도 회령, 무산, 양강도 혜산, 평안북도 신의주 등 국경지역 주민들의 여권과 또 통행증과는 어떻게 다르나?

그 지역 여권은 국가보위부까지 올라가지 않고 지역 도(道) 보위부에서 발급한다. 그 외 절차는 같다. 개인적인 뇌물행위도 각기 다르다. 평양과 평안남도, 황해남ㆍ북도, 강원도 주민들의 경우는 국경지역 주민들보다 뇌물이 훨씬 많다.

여권 기한도 차이가 있다. 내가 발급받은 여권은 공식적으로 3개월이지만 실제로는 2개월 안에 돌아오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국경지역 주민들은 3개월 그대로 있어도 된다.

통행증은 기일이 짧으니까 뇌물과 수수료도 그만큼 적다. 국경지역 주민들이 그래도 특혜를 보는 셈이다.

– 친척방문 전에 사전 교육을 받나?

당연히 받는다. 시, 군 단위는 시, 군 당위원회 선전부에서 강습을 받는다.

– 요즘은 주로 어떤 내용인가?

중국이 우리나라(북한)보다 잘 산다는 것은 다 안다. 그러나 여기에 현혹되선 안 된다고 교육한다. 중국에 가면 외국인들이 많고 우리나라와는 실정이 다르다. 똑똑히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남조선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만날 필요도 없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만난다 해도 우리나라 것은 무조건 좋다고 하고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고 교육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사람을 찾아달라는 부탁, 같이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자는 등의 부탁을 들어주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런 것들을 재치 있게 넘어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런 사실이 있으면 보위부에 보고해야 한다. 주로 그런 내용들이다(끝).

중국 반스(磐石)- 최전호 기자(평북출신 2003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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