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국경경비대 사관장(특무상사)이 식량과 피복을 몰래 팔았다는 이유로 부대원들 앞에 공개비판을 한 중대장에게 앙심을 품고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7월 말 양강도 혜산시 강구동 주둔 국경경비 25여단의 한 사관장이 중대장의 어머니를 목을 조르고, 딸을 물탱크에 집어넣어 죽이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최근 들어 밀수가 막히면서 사관장이 중대군인들의 식량과 피복을 팔아 제대 후 쓸 돈을 마련했는데, 이런 사실을 갖고 중대장이 중대군인들을 모아놓고 공개 비판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 사관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중대장을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갔지만 정작 집에는 그가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애꿎은 중대장의 가족이 화(禍)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국경경비대에서 중대장과 사관장은 중국과의 밀수나 탈북 방조(傍助)를 통한 돈벌이에서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때문에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금전적인 상의를 하는 등 사이가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밀수와 탈북에 대해 감시·통제가 심해지면서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돈벌이가 쉽지 않다 보니 금전 문제에서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했고, 특히 공포정치에 따라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비리를 폭로하는 일도 많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중대장과 사관장은 평소에 사이가 좋았었다는 점에서 이번 살인 사건은 알력 및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면서 “일부에서는 제대를 앞두고 있는 사관장에게 중대장이 지나친 요구를 했고, 사관장이 이를 거절하자 공개비판으로 망신을 줬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끔찍한 살인 사건에도 25여단의 지휘성원들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면서 “부하 군인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관장을 ‘정신병 환자’로 만들어 보고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퍼지면서 ‘군대 내의 기강해이’를 지적하는 주민들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중대장이나 사관장은 우리들 호주머니를 털 땐 한통속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 보다’ ‘인민군이 조국보위의 수호자가 아니라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탈영병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강도, 살인 등을 저지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군인이 힘이 없는 인민을 적(敵)으로 삼는 정말 끔찍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