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조치’ 전문가 분석

북한 군부가 내달 1일부터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겠다고 통지한 데 대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의 잇따른 경고를 행동에 옮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해선 남북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북한에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본원칙 자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과 오바마 미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공조 강화를 명분으로 대승적인 성격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조치의 유예기간을 둔 점, 전면중단 대신 ‘엄격한 제한, 차단’이라고 단계적 접근법을 쓰는 점 등을 들어 북한 역시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고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북한은 육로통행을 바로 차단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뒀는데, 남측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변화가 없다면 육로통행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다가 부분차단 쪽으로 갈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남북관계를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북측에도 부담이 될 것인데, 일단 여론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현재 남한 정부는 대북정책 전환의 명분이 필요한데,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만큼 한미공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기존 입장에 변화를 줘야 한다. 더욱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나 북한이라는 변수가 경제와 무관하다고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또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 북미관계 진전에 남한이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보인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이번 조치가 당장 개성공단 사업이나 개성관광에 영향을 미칠지 판단이 어렵지만 북측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 당선 이후 북미관계 활성화를 기대하는 북측으로서는 전면중단보다 2, 3차 식의 중단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면서 실질적 조치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 정부의 입장에선 북측의 조치에 굴복한다기보다는 오바마 후보 당선 이후 능동적, 주도적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참여하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에 굴복한다는 여론을 의식하기보다는 시의에 맞게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별개로 보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향후 북미관계 활성화 국면에 대한 전망 속에서 남측에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 북한이 `조치’의 시간적 여유를 둔 것은 그때까지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시간을 준다는 제스처로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18일이라는 기간을 잘 활용해 기존의 남북 합의사항을 지키겠다는 진정성을 북측에 이해시키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정책의 대원칙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북측에 끌려가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유연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북측은 향후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을 모두 중단하는 ‘완전 차단’으로 갈 수 있겠지만, 남북관계 차단이라는 부담을 북한이 져야 하는 만큼 완전차단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이번 통지문은 남북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이 남측에 있다는 것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측에 보여주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들에게 북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으면서 남측을 협박하는 것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도록 함으로써 남측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다.

북측은 일단 육로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기업인들과 물자의 통행.통관에 시비를 걸다가 그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정부 입장에서 북측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통일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적 문제이다. 정부는 현 정책을 고수하든, 새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든, 흔들리지 말고 원칙과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 대북정책이 어떤 형태로 가든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납치문제를 거론하는 일본에 대해 회담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북한은 향후 우리 정부에도 6자회담에 나오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북한은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에 맞춰 북미 협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남측을 압박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개성공단에 대한 전면철수 요구는 아닌 것 같다. 개성공단 철수가 최종 단계라면 이번 조치는 ‘살라미 전술’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온 원칙적 입장과, 북미관계 진전 등 대외정세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 더 강경한 입장으로 가서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든지 이 정도에서 선회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큰 담판을 지으려는 상황에서 남한을 최대한 압박할 수 있는 호기로 생각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오바마 새 행정부의 출범과 6자회담을 앞둔 지금 시점이 남쪽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측은 공언한대로 12월1일부터 모든 분계선 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할 것인데, 향후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차단도 우려된다. 이번 통고가 전면차단이라는 표현은 안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성공단이 차단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이 아직 살아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최소한 유지시켜야 한다. 이는 남한의 경제 살리기와도 연관이 있다. ‘개성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개성공단에 관해서라도 북한과 대화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전혀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쪽에 설명해 남북관계 악화가 북미 핵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종합 판단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먼저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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