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강경책 주도?…“이중전술일 뿐”

최근 북한의 잇단 대남 강경 조치를 북한 군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 전문가들은 군부를 이용해 남한에 의도적으로 안보불안을 조성하려는 김정일의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8일 오전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 날 오후 인민군 해군사령부 대변인 명의로 남쪽의 해군이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이 남측 수석대표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의 청문회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취소하고 사죄하지 않으면 “모든 북남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 인민무력부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군사논평원도 30일 김 의장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극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 北 군부가 대남전략 주도?=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측의 반발이 평상시 남한을 상대해왔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과 같은 대남기구 아니라 군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일이 사실상 대남 강경노선을 추구하는 군부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29일 북한 군부가 보낸 전화통지에 ‘위임에 의하여’란 표현이 등장한 것은 김정일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대외전략에서 강경한 군부의 입김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은 핵문제에도 반영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해 평양 방문에 앞서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북한 군부 고위인사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지난달 방북했던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의 키스 루스 보좌관은 방북 보고서에서 “북한 군부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며 “김정일이 핵문제와 관련한 경쟁적 이해 세력 간의 균형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군부 강경세력을 설득하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스 보좌관은 북한 군부의 불만을 외무성 관리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북미 핵회담에 참여한 적 있는 김동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외무성 관리들이 군부를 거론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즉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군부와 외무성) 양쪽이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게 하려는 것”이라며 “김정일은 그런 애매한 구도 속에서 자기 이익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도 “핵 신고가 지연되는 것은 북한 군부의 불만이나 군부와 외무성 간 알력 때문이라기보다는 김정일로 대변되는 북한 최고지도부의 태도에 근본적이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 北 이중전략, 黨은 ‘대화’-軍은 ‘안보불안’ 조장=북한의 대남전략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들도 북한 군부가 핵 신고 및 남북대화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강경노선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당을 내세워 대화를 하고, 군을 내세워 안보불안을 조성하는 이중전술을 쓰고 있다”며 “북한 내 강·온파가 존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후계자가 된 이후부터 군부의 권력 독점을 경계해 왔다”며 “북한의 군부가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은 북한의 이중전술에 끌려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의 한 연구원도 “미사일 발사와 대변인 성명 발표와 같은 국가적 행위는 김정일의 결제 없이는 할 수 없다. 군부는 정치적 지도에 따를 뿐”이라며 군부가 남북관계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지금 행태는) 자기 나름의 시나리오에 따라 계산된 행동”이라며, 북한 당국이 대남 강경 조치에 군부를 앞세우는 이유는 “군부를 내세워야 도발적인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박영택 대북정책연구실장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남북대화에서 군부의 반대를 운운하는 것은 당 차원에서 판을 짜고 해당부서에서 역할을 분담해 시나리오대로 흘리는 것으로 판단되며, 군부에서 독자적으로 대남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