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美와 관계개선·경제제재 해제 희망”

북한의 군부가 최근 방북한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 및 전문가들과 면담에서 북한군은 미국과 정치적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는 속내를 밝혔다고 18일 RFA(자유아시아방송)가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지난 11일~12일까지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방북단은 이례적으로 북한 외무성 관리들의 배석 없이 북한군 이찬복 상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상장은 북한군은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고, 그길로 가는 첫 단계로서 경제적 제재를 해제하는 ‘정치적 보상’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고위인사들은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개선을 희망하며 특히 정치적 보상의 일환으로 적성국교역법의 적용을 중단하는 것을 가장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으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원했다”고 설명한 뒤 “이 상장은 북한군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정치적 관계개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거듭 밝히면서도, 동시에 ‘북한군의 높은 경계태세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보스워스 전 대사는 “이 상장은 특히 지난 8일 열린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측이 이미 미측에 핵목록 신고서(inventory)를 제출했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상장과의 면담에 참여한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박사는 “북한군부 인사들은 미북 관계개선이나 핵문제 해결방안에 있어서 외무성 고위관리들과 별다른 의견차이가 없음을 강조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갈 박사는 “이 상장은 자신 말한 것과 북한 외교관들이 이야기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다며 외부사람들이 북한 군부는 외무성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추측을 하는데, 그렇다면 증거를 대보라고 말했다”며 “오히려 북한군부가 외무성 관리들보다 진보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갈 박사는 또한 “부시행정부가 올해 안으로 북한을 적성국교역법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것은 확실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조만간 적성국교역법에서 북한과 관련한 새로운 규정(new regulations)이 행정부에 의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명으로 이루어진 미 방북단은 미․북 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난 9일 미국을 떠나 베이징을 거쳐 11일부터 13일까지 평양을 방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이근 미주국장 등 다수의 외무성 관계자들과 북한 군부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미 방북단은 토니 남궁 뉴멕시코 주지사 수석 고문,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국무부 정보·연구담당 차관보,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 박사, 미 해군대학의 조나단 폴락 박사, 제럴드 커티스 콜롬비아 대학교 교수,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 스티븐 델 로소 뉴욕 카네기재단 국제평화 안보담당 국장 등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