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영기업 운영, 돈받고 개인에 넘겨

▲ 청진 수남시장 <사진:RENK>

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이 세금을 받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국영기업소의 실제 운영권을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서류상으로는 국가소유지만 지배인들이나 당간부들이 기업소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개인들에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당국도 적법한 ‘계약’일 경우 운영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투자금이나 지분을 강제로 몰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라고 한다.

투자계약 체결, 국가가 보장

중국에서 만난 강모(34세. 함경남도 00군 계획지도원) 씨가 말하는 국경기업소의 변화는 한마디로 ‘민영화’였다.

“7.1경제조치(2002년) 이후 노동자들의 명목상 임금은 올랐지만, 기업소들이 생산을 못하니까 국가가 정한 임금을 하나도 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소 간부들은 우리에게 ‘각자 알아서 먹고 살아라. 기업소에 돈을 내면 출근한 것으로 쳐주고 배급표도 나누어주겠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장해줄 테니까 직접 투자도 하고 운영도 해서 기업소를 살려보라는 식이다.”

시군급 기업소들의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재일교포들과 조교(북한 국적을 가진 중국출생자)들, 그리고 중국과 무역거래가 있는 상인들이다. 이들은 ‘달러 동원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에도 기업소들이 개인업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일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지배인들이나 간부들이 투자금을 떼먹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소에 돈을 대려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국가가 ‘계약대로 하겠다’고 약속하게 된 것이다.”

해안지역 어업이 개인업으로 활발

▲ 현재 북한의 고깃배는 거의 모두 개인들이 운영하고 있다<사진:연합>

개인업자들이 진출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개인업자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해안 지역의 ‘수산사업소’로 알려진다. 수산사업소들은 개인업자에게 선박이나 어장을 대여해 줄 뿐 아니라, 어업도구도 대여해준다. 연근해의 고깃배들은 90% 이상 개인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함경남도 신포수산사업소에서 선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탈북, 현재 중국에서 살고 있는 송모씨에 따르면 작은 고깃배를 운영하는 데 조선돈으로 1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북한의 수산사업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깃배들은 모두 개인들이 운영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길이 6-7미터, 폭 1.5미터 정도의 목선(木船)이 조선돈으로 20만 원쯤 한다. 여기에 중국산 디젤 엔진을 올리는데 조선돈으로 35만 원쯤 든다”

연근해 어업용 선박값은 최소 50만 원 이상이다. 현재 북한 당국이 공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평균월급이 2,500원에서 3,500원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액수다.

물론 1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해서 개인소유의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모든 선박은 국가소유(수산사업소 관리)다. 각 선박마다 선박의 소유를 알리는 간판이 다 있다. 사업소들은 이 간판을 개인들에게 빌려주고 매달 일정액을 선박 운영자에게 걷는 식이다. 결국 간판값이 100만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수산사업소들은 일본으로의 수출이 격감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조만간 중앙당의 검열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현재 고깃배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국가가 운영권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돈 받고 개인에 독점 상권 팔아

또 개인들이 급양(給糧)관리소에 돈을 주면 변두리 지역에 ‘국영식당 분점 운영권’을 내주고 있다. 국영식당들은 해당지역 급양관리소에서 관리 통제한다. 급양관리소들은 ‘인민들을 위해 분점식당을 더 많이 만든다’는 구실로 영업권을 개인에 판다고 한다. 분점의 영업권을 가진 개인은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이익의 일부를 급양관리소에 바친다.

함경북도 김책시에 살고 있는 고명균(가명. 45세) 씨는 사진현상소를 운영하는 친척의 경우를 이렇게 말했다.

“사진현상소의 경우, 개인이 일본, 중국에서 기자재들을 들여와 현상소를 운영한다. 공식적으로는 ‘국영기업소’ 지만 돈만 바치면 운영권을 얻을 수 있다. 운영권을 확보하면, 주변의 형제 친인척들을 기업소 일꾼으로 채용한다. 촬영기사, 관리원 등으로 채용하는데, 친인척의 돈을 합쳐 서로 같이 일하는 것이다. 사진현상소는 개인이 열 수 없으니까, 운영권 하나 따면 온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다.”

시군급 상점은 개인에 매대 분양

▲ 라선특구의 백화점 <사진:연합>

양강도 혜산에 살고 있는 윤수영(가명. 38세) 씨는 최근 국영상점들이 개인들에게 돈을 받고 상점의 매대를 대여해준다고 했다.

“요즘은 상업관리소에 돈을 바치면 국영상점의 매대(판매대)를 임대받을 수 있다. ‘자릿세’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매대를 얻을 때 돈을 내고 장사를 해서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낸다. 아직도 공식판매원들은 있다. 하지만 국가기업소들이 생산을 못하니까 국영상점들도 판매할 물품들을 확보하지 못한다. 국영상점은 텅텅 비어 놀고 있으니까 주민들에게 자릿세라도 챙길 요량으로 매대를 임대해주는 것이다.”

여전히 인민들의 삶은 고달퍼

주민들이 전하는 북한의 경제는 매우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1차적 생산력이 완전히 고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장사’로 먹고 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함경북도 새별군에 사는 박무영(가명. 44세) 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인민들의 생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간부들이나 국가일꾼들도 배가 고파봐야 ‘아, 우리가 이렇게 나가면 안 되겠구나’하고 깨닫게 될 텐데, 위로는 원조물자 받고 아래로는 세금을 걷어 먹고 사니까 국가를 위해 노력하려는 생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세금이나 더 걷겠는가?’ 하는 궁리만 하고 있으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계속 고달프다.”

중국 옌지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
박인호 기자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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