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방위, 南에 공개질문장…”조문 사죄하라”

북한은 2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공개질문장’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김정일 조문관련 사과 등을 요구했다. 또한 천안함·연평도 사건 거론과 한미 합동군사 훈련 중단도 전제했다. 


국방위 정책국은 공개질문장에서 “남조선당국이 제 입으로 북남대화 재개와 관계개선을 바란다고 광고한 이상 다음과 같은 공개질문에 명백히 대답할 것을 촉구했다”며 9개 질문사항을 공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공개질문장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지난해 12월 민족이 당한 대국상 앞에 저지른 리OO역적패당의 죄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남조선당국이 굳이 우리와의 대화와 접촉을 재개하고 북남관계개선을 바란다면 무엇보다 만고역적 리OO역도와 그 패당들을 민족의 이름으로 심판하여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저지른 대역죄를 인정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하여야 하며, 다시는 우리 최고존엄을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 제도와 일심단결을 흔들어보려고 어리석게 놀아대지 않겠다는 확답부터 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 북남관계는 리00역적패당이 ‘천안’호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련계시키고 연평도포격전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시키면서 반공화국대결에 나선 것과도 떼여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천안’호사건의 ‘북관련설’을 내돌리며 반공화국 소동을 벌리고 우리의 자위적조치를 ‘군사적 도발’로 매도하여온 지금까지의 죄행에 대하여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걸고 우리를 더 이상 헐뜯지 않겠다는 것을 세계 앞에 공언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미 합동 훈련에 대해 질문장은 “요즘 리00역적패당은 ‘대화’타령을 늘어놓으면서도 괴뢰군부호전광들을 미국에 보내여 2월말부터 벌릴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일정을 모의하고 있다”면서 “우리를 과녁으로 삼고 벌이는 대규모적인 합동군사연습도 전면중지할 정책적 결단을 내리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외 공개질문장은 ▲대북심리전 중지 ▲남북교류 재개 및 활성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호응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했다.


질문장은 “리00 역적패당이 저들의 처지를 똑바로 알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에 대하여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 하며 저들이 대화의 상대가 되는가를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이 선전 차원의 이러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더 이상 민족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우리의 대화 재개 노력에 진정성을 갖고 호응해 와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북한의 이같은 공개질문장 공개는 남한이 받아드릴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세워 남한 정부를 압박하고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한 정부가 그동안 ‘대화제의에 북한이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대응하면서 남측에 공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남한 정부가 받아드리기 어려운 것들만 내세워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은 대화의 의지가 있지만 9개 질문에 해당하는 남측의 책임으로 인해 대화가 이뤄지지 않다는 점을 강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대화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개질문장을 통해 남한 정부에 공을 보내고 일정정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