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화소(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대사령(대사면)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국에 가족이 있는 수감자들에게는 직접 가족과 통화를 하게 만든 뒤 거액을 송금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김혜선(가명·여) 씨는 지난 12일 중국 휴대폰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북한 개천교화소에 수감돼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여동생은 지난해 9월 남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다 체포돼 노동교화형 1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는 수감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여동생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초지경을 묻자 여동생은 “교양지도원과 함께 국경에 나와 중국 통신망을 이용해 전화를 한다”고 밝혔다. 동생은 다급한 목소리로 “교화소 확장공사에 필요한 돈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화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동생의 안부를 걱정했던 김 씨는 200만원을 보내주면 풀어준다는 말을 듣고 즉시 브로커를 통해 약속한 금액을 송금했다.
김 씨의 여동생에 따르면, 개천교화소는 그동안 여성들만 수감해왔는데 상부 지시로 남성 수용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 교화소 측은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건설자금을 낸 수감자는 대사를 받을 수 있다’며 동생을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한다. 여동생을 통해 김 씨에게 접근, 거액을 받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김 씨 여동생의 외출은 교화소 소장이 직접 승인했다고 한다.
국내 정착한 지 3년이 되가는 탈북자 박수길 씨도 지난 1월 브로커를 통해 교화소에 수감된 가족이 돈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 씨는 가족이 어느 교화소에 수감돼 있는지, 돈을 내면 언제 석방이 되는지에 대한 확언을 듣지 못해 송금을 유보했다고 한다.
노동단련대, 교화소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대사령 발표와 별도로 수감시설 책임자나 간부들이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며 석방 거래를 해온다고 말했다. 이미 탈북해 남한에 가족이 있다고 의심되는 탈북자들은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장기간 설득한다고 한다. 단, 이런 제의에 대해 외부 발설을 못하도록 서약서를 쓰게 한다.
북한 당국이 공식 대사령을 발표했지만 뇌물 없이는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내부 소식통은 “장군님 탄생 70주년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기해 내려진 대사령인 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면서도 “대사가 돈으로 거래되고 있어 돈 없는 자들은 차라리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1월 5일 정령을 통해 “2월 1일부터 조국과 인민 앞에 죄를 짓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에게 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