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교원, 경제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뇌물 요구”

오늘(15일)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다. 남한에 스승의 날이 있다면 북한에는 ‘교육절(9월 5일)’이 있다.


북한은 1977년 9월 19일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통해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가 발표된 9월 5일을 교육절로 지정했다.


이날은 학교장, 교원 등 교직원들이 각 도(道) 사적관 회의실 등에 모여 간단한 보고를 한 후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토론한다. 또한 우수 교원에게는 해당 도당(黨) 교육부장 명의나 내각 교육위원회에서 내려온 표창 수여식도 진행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의 교육절은 학생들에게 휴식이 주어지고 시, 군 단위 교직원들만 모여 지구별 대항 체육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체육경기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이나 특정 과목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확산됐다.


2000년대 이후 중국제 밀수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학생들은 전기 밥 가마(솥), 녹음기 등 가정에 필요한 제품을 선물로 준비한다. 소학교 학생들은 학부형 회장이 알림장을 돌리면 돈을 모아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할 맛내기(미원), 옷감 등을 준비한다.


교원들은 학부형 위원장에게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고 다른 교원들보다 낮은 수준의 물건을 받으면 학생 책임자인 학급장을 불러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노골화됐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교원들도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양강도 소학교 교원 출신이었던 탈북자 정현성(가명. 47)는 데일리NK에 “교육절이 되면 교원들은 학부형 회장의 집에 찾아가 상품이나 선물을 요구한다”면서 “체육경기를 진행할 때 상품 마련을 위해 각 학교 교원에게 할당량이 주어지지만 이 할당량은 결국 학부형 회장이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학부형 회장은 각 집마다 돌면서 선전사업을 하고 교육절이 되면 집집마다 얼마씩 내서 선물을 해주자고 한다”면서 “학부형 회장의 능력에 따라 교원들은 양복지나 쌀 20kg 정도를 받기도 해 선물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주나 큰 장사를 하는 부모의 자녀가 어느 반에 있다는 것을 교원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돈주의 자녀들이 많은 반 담임으로 가기 위해서 교원들은 교장에게 찾아가 뇌물을 고이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으면서 대학에 입학할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돈과 배경’이다. 대학 진학은 각 대학 학장이나 간부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입시를 앞둔 기간에는 대학 학장과 당 비서, 간부에 입시 청탁성 전화가 끊이지 않으며, 학부모들은 돈과 뇌물을 준비한다.


또한 북한은 담임 선생님의 결정에 따라 학생의 영예가 주어지기 때문에 뇌물경쟁이 치열하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학급에서 2, 3명을 뽑는 ‘수재반’에 들어가기 위해 실력경쟁뿐만 아니라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고가의 선물을 준비한다. 학급장을 선출할 때도 고가의 뇌물을 선물한 학생이 당선된다. 


북한의 만성적 경제난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온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교원들도 실력 있는 학생에게 학급장이나 소대장 같은 중요 직책을 주고 싶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주나 간부의 자녀들에게 중요한 직책을 주고 있다는 것.


또 다른 교원 출신 탈북자는 “교원들은 실력 있는 아이들이 학급장이나 소대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교원들끼리 모이면 ‘앞으로 나라 교육 어떻게 되겠나. 이러면 나라만 손해’라는 말을 자주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교원들도 밤에는 교수안(강의안)을 작성하지 않고 차 경비소나 다른 곳에서 일해 돈을 번다”면서 “학생들은 외국의 문화를 접해 계속 변화하는데 교원들은 돈 버느라 교수안 수정도 못하고 자기계발도 못해 교원이 학생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12년 9월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함으로써 교원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노동신문은 “새 의무교육을 집행할 교육자들이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된 과정과 교수 집행에 원만히 준비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은 교원대(소학교), 사범대(고등중학교) 출신에게만 교원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배급이 중단되고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교육 현장을 떠나는 교사가 늘었고, 의무교육이 12년으로 늘면서 교원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관련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특기가 있으면 교원 선발 시험에 합격된다. 이에 한 탈북자는 “기존 교원들은 교원대나 사범대를 힘들게 졸업한 사람들인데 새로운 교원들은 특기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교원이 되었기 때문에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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