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틀째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북측의 관계자(안내 명찰을 착용. 보위부원으로 추정)들이 최근 남측 언론 보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측 일부 언론이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점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김정은이 보육원 방문 당시 구두를 신고 들어간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우리 측 기자가 묻자 안내 명찰을 단 북측 관계자는 “본질은 원수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사진이 말해주고 있는데 남측 언론에서는 비본질적인 부분을 부각시켜서 꼬투리를 잡았다”면서 “최고존엄을 비방하는 것은 북측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격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B-52가 출격한 것은 남북관계를 훼방놓은 것 아니냐. 그런 정도의 중대한 일이라면 남한 당국자가 (출격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자주성도 없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적십자회 소속이라는 한 보장성원은 “남측 언론은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삐딱하게만 보냐”면서 “우리가 선의로 발표한 중대제안을 위장평화공세라느리, 국면전환용이라느니 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고 따지고 들었다. 그러면서 “언론의 역할이 뭐냐. 우리민족끼리 잘 해보려고 할 때 부채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것은 지난달 북한 국방위가 제안한 ‘중대제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쪽 언론에서 계속 딴소리한다”면서 “그러면 안 돼. 부디 이번에 오신 남쪽 기자분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측의 ‘중대제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맞대응한 것이다.
기자로 보이는 한 관계자 역시 “남한 정부는 언론을 왜 잘 다스리지 못하느냐, 이해가 안 간다. 우리 공화국은 당과 언론이 하나다”며 남측 언론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고 상당히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안내 명찰을 한 북측 관계자는 “남측 언론이 너무 심하다. 작년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것도 다 남쪽 언론 때문.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끼웠기 때문에 부디 남쪽 언론에서 잘 써줘야 한다”며 작년 상봉 행사 무산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종편채널 중 어떤 것이 시청률이 높은지 질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며, 일부 인터넷 언론을 지칭하면서 회사 성향이 어떤지 질문을 하기도 해, 우리 측 언론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북측 안내 요원들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물론 우리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이날 새벽 프리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한 김연아 선수에 대해 안내 요원은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 땄습니까”라고 물어 “은메달을 땄다”고 답했더니 곧바로 “은메달도 대단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금강산호텔 1층 카페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접대원은 ‘장성택은 어떻게 된거냐’고 묻자 “서로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맙시다”며 퉁명스럽고 답했다. 이어 ‘위원장님 부인을 평양 여성들이 좋아한다는데 맞느냐’고 질문을 돌리자 접대원은 “좋아하는 게 아니고 존경하지요”라고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안내 명찰을 착용한 또 다른 관계자에 ‘마식령 스키장을 금강산이랑 묶어서 국제관광개발 추진하냐’고 묻자 “마식령 스키장은 국제관광용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인민들을 위해 원수님(김정은)이 만들어주신 것”라고 강조했다. 재차 ‘마식령 스키장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고속도로에서 100m밖에 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기 쉽다. 모르고 하는 소리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다른 관계자는 “스키장은 우리 인민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진짜 잘 만들었다”고 했고, 여성 접대원 역시 “한 번 가서 타보고 싶다”고 말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 관계자는 “금강산에서 스키장까지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린다”며 “남북교류가 잘 되고 금강산도 재개되면 남쪽 인민들이 금강산을 포함해서 마식령스키장까지 관광하는 것 얼마나 좋나. 빨리 그렇게 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