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과학교류, 토슨 美시라큐스대 교수

8년전부터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교류해온 미국 시라큐스대가 오는 9월 개소를 목표로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문제센터(Korean Peninsula Affairs Center) 설립을 추진중이다.

시라큐스대는 이 센터 설립을 위해 익명의 재미교포 사업가가 기부한 100만달러에 대학측이 매칭펀드 형식으로 100만달러를 조성했으며, 한국내에서 100만달러의 기금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한한 스튜어트 토슨 교수를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봤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한국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 추진을 자문하기 위해 첫 방한한 후 지금까지 15차례나 방한한 그는 드라마 ‘식객’을 즐겨봤을 정도로 한국에 심취한 친한파다.

그는 2001년부터는 IT부문을 중심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을 돕기 위한 교류의 중심에 있고, 2번의 평양방문과 1번의 개성방문 기회에 먹어본 “북한 김치 등은 맛이 남한보다 낫더라”고 평하니 ‘친북파’이기도 한 셈인데 그가 발벗고 나선 한반도문제센터는 남북을 가리지 않는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북한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대학은 시라큐스대밖에 없다”며 “시라큐스대는 한반도 분단전부터 한국인 졸업생들과 긴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광복 후 주미대사관 창설 요원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초기 외교의 산증인이라는 말을 들었던 한표욱 전 주영대사가 1942년 이 대학 최초의 한국인 졸업생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의 부인 최정림씨가 이미 1939년 이 대학 영문학 석사 학위를 땄었다.

토슨 교수는 앞으로 이 대학 맥스웰대학원에 설립될 센터를 통해 교수와 학생뿐 아니라 정책가 그룹을 대상으로 한반도관련 학회, 연구논문 기금 조성 등의 활동을 하고 다른 대학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논의를 새롭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문제센터 설립에는 시라큐스대의 명예이사인 고건 전 총리가 자문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큐스대와 북한 김책공대간 교류는 어떻게 시작됐나
▲사회주의권인 중국, 베트남과 옛 소련 국가들의 정부에서 IT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례를 연구하다 북한에도 관심을 가지게 돼,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를 통해 북한의 뉴욕 대표부를 소개받았고 이를 통해 김책공대와 연결이 됐다. 지금까지 김책공대와 12번의 연구관련 교류가 이뤄졌다.

–방북 경험은
▲3번의 방문에서 북한 사람들이 매우 친절히 대해 줘 좋은 시간을 가졌다. 북한에서 단고기(보신탕)를 먹어보기도 했다. 내가 먹어 본 북한 김치 등은 맛이 남한보다 낫더라. 북한의 경제난에 가슴이 아팠지만 북한의 여러 학술 기관들은 시설이 생각보다 좋았다.

미국내 지인이 방북전 ‘북한 사람들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라’ 말해줬는데 맞는 얘기였다. 북한 사람들도 진정성을 중시하고 유교 사회의 전통에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북미 당국간 신뢰가 워낙 없었지만 이런 민간 과학 교류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연하면
▲북미간 과학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논쟁도 있었지만 상호방문을 통한 인적교류로 신뢰를 다지며 그 문제들도 넘길 수 있었다. 행사를 치를 때마다 북한측에서 협력해 주는 것이 그간 쌓인 신뢰 덕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리가 2번 평양에 갔고 중국 베이징에서도 여러 번 만났으며 북측 과학자들이 우리 대학에 여러 번 왔다. 북한 학부생들이 처음으로 북한을 벗어나 베이징에서 2,3주간 집중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북한 당국이 학부생들을 보내줬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다.

–앞으로 대북 교류 계획은
▲최근 2차 핵실험 정국 탓에 교류 속도가 늦춰지고 있지만 뉴욕의 유엔 북한 대표부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앞으로 1년내 북한의 젊은 학자들이 인적교류와 정보교류를 위해 우리 대학에 다시 오기를 희망한다.

시라큐스대를 중심으로 ‘미국과 북한간 과학교류를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돼 방북을 추진중이다.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리 박사가 방북단을 이끌고 갈 것이다. 지난 1월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 뉴욕의 북한대표부 관계자 3명이 참석해 방북단 문제와 김책공대와의 교류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우리 프로젝트 추진팀에는 한국인 교수도 있는데 북측이 처음엔 남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다가 일부 참여를 수용하는 등 신뢰가 형성돼 있다.

–북한의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핵실험을 어떻게 보는가
▲핵실험은 특히 북미간 과학협력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당시 소련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신뢰를 쌓은 게 나중에 양국간 군축회담의 어려운 검증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 것을 보면 과학분야의 교류(engagement)가 중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같은 사례가 북미간에도 적용되길 바란다. 지금 서방이 북한에 대해 너무 잘 모른다. 비정치화된 과학교류로 좋은 과학정보를 확보해 둬야 나중에 잘 쓸 수 있다. 비정치적인 과학자 교류협력을 통해 쌓은 신뢰는 나중에 정치적 문제에까지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책공대 부총장이 시라큐스대를 방문했을 때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신뢰구축을 위해선 말하고 논의할 뿐 아니라 실제로 서로 약속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책공대와의 협력을 통해 서로 문화를 알 수 있는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같은 인적교류가 나중에 정치인들이 변화를 만들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책공대와는 암묵적 동의 하에 정치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게 기본원칙이다. 공개적으로 (정치문제를) 논의는 하지 않지만 과학자간 신뢰가 결국은 정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과의 과학교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나 군사력 제고에 전용될 위험은 없나.

▲기술교류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소스’ 기술을 매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엄격한 대북 수출 제한 규정 때문에 변호사 자문도 구하며 북측에도 사전에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가 협력한 북한 최초의 전자도서관인 김책공대 전자도서관도 오픈 소스 프로그래밍을 통해 세워졌다.

–북한이 2012년까지 과학기술에 입각한 `강성대국’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하는데
▲한국전 후 잿더미 위의 한국과 지금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룬 ‘한강의 기적’을 비교해보라. 북한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과학기술은 인적 교류든 컴퓨터 연결이든 모두 네트워킹이 생명인데 북한이 외부 세계와 연결돼 있지 않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힘든 문제이긴 하지만 북한이 “과학기술은 네트워킹을 강화할수록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연합